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열병식이 끝난 뒤 딸 김주애와 주석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열병식이 끝난 뒤 딸 김주애와 주석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연일 공개석상에 등장시키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4성 장군이 10살로 알려진 김주애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김주애 얼굴이 담긴 우표 도안까지 공개된 점 등을 볼 때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김주애가 여성 차별이 심한 북한에서 후계자가 되긴 어렵다며 “김정은이 그냥 딸바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일 ‘세종논평’을 통해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다고 평가한다”며 첫 번째 근거로 “북한은 로동신문을 통해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로동신문 사이트에서 ‘존귀하신’이라는 수식어는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 그리고 김정은과 같은 ‘현재 수령’에게만 사용되어 왔다”고 했다.

정성장 실장은 이외에도 △ 로동신문에서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백두산 군마’와 김주애 백마를 보여준 점 △ 북한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의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정성장 실장은 “김정일은 김정은을 1992년에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그것을 소수의 측근들에게만 알게 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오랫동안 그의 이복형 김정남이나 친형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외부세계의 억측으로 마음고생을 했다”며 “따라서 김정은은 후계자 내정 사실을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조기에 공표함으로써 근거 없는 억측이 도는 것을 미리 차단하고 미래의 후계자에게 어려서부터 간부들과의 폭넓은 접촉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열병식 사열대에 중앙, 아버지(김정은) 옆에 서 있다는 건은 보통 일이 아니다”면서 “후계자 (지위를) 굳혀가고 있는 것이다. 손 흔드는 것부터 배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북한의 후계 방식은 후계자를)마지막까지 숨기다가 갑자기 등장시킨다. 김정은이 그랬다”며 “그런 면에서는 김정은식 후계방식에도 맞지가 않고 그냥 일단은 (김정은이) 딸바보다”라고 했다.

김종대 전 의원은 “10살 딸을 벌써 후계자로 한다는 건 아무리 북한체제가 비합리적이라도 너무나 위험이 크다”며 “백두혈통 신성가족 이데올로기, 북한 주민들에게 하나의 마스코트를 제공해서 민심을 관리하고 주민들을 동원하는 하나의 연출”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면) 당연히 자기 애를 또 후계로 삼을 거다. 그러면 완전히 혈통 구도가 (외가 쪽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김정일 때 합법적 결혼을 해서 낳은 애들은 다 딸이다. 그러니 아들을 앉히기 위해서 무리수를 둬서 세 번째로 여성을 맞아들인 게 결국은 김정은의 생모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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