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8일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8일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3개월 만에 동해 방향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고 고도 5700여㎞로, 900여㎞를 날아간 뒤 일본 홋카이도 부근 해역에 떨어졌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4000㎞에 달한다. 미국 전역을 타격하고도 남는다. 이번에 쏜 화성-15형은 이미 몇 차례 시험 발사에 성공한 액체 연료 미사일이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화성-17형이나 고체 연료 ICBM 대신 이 미사일을 택한 것은 화성-15형이 개발과 양산을 마치고 실전 배치됐음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동안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이 탄두 대기권 재진입 같은 고난도 기술을 확보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전 배치가 사실이라면 이 같은 기술적 난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일본이 포착한 화면엔 화성-15형 탄두로 추정되는 물체가 대기권 진입 후에도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낙하하는 장면이 담겼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분명한 건 김정은이 모든 역량과 자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 투입하고 있으며, 그 결과 놀라운 속도로 기술 진전을 이뤘다는 점이다.

북은 이번 발사가 불시에 이뤄진 기습 훈련임을 강조했다. 사전 계획 없이 오전 8시 하달된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실시됐으며, 명령에서 발사까지 9시간 22분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 시간도 현재 개발 중인 ICBM용 고체 연료 엔진이 완성되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이다. 북의 계획은 모든 미사일에 고체 연료 엔진을 탑재하는 것이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사전 탐지에서 시작되는 한미의 북 미사일 방어 계획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북은 김정은이 2021년 1월 공개 지시한 ‘전략무기 5대 과업’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5대 과업이란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유도 기술, 고체 연료 ICBM, 핵 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개발을 가리킨다. 이 중 3개를 완성했거나 완성 직전까지 갔다. 북은 2026년 차기 당 대회 전까지 완수한다는 목표를 걸었지만 당장 올해 또는 내년 ‘조기 달성’ 발표가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북이 핵 무력 완성을 향해 폭주하고 있지만 한미의 대응은 더디다. 19일 미국은 전략폭격기 B-1B 편대를 출격시켜 우리 공군과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B-1B가 북에 위협적이긴 하지만 핵 도발 야욕을 원천적으로 꺾진 못한다. 한국 정부는 북에 ‘혹독한 대가’를 경고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북핵의 효용성을 한순간에 ‘0′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자체 핵 보유밖에 없다. 다른 선택지가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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