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딸 김주애. /평양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의 딸 김주애. /평양 노동신문 뉴스1

북한에서 김정은 딸 김주애를 우상화하는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는 가운데, 이같은 움직임이 과거 후계 세습 과정에서 만들어진 김정은의 트라우마 탓일 수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각)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주최 북한 전략 대담에서, 최근 이어진 김주애의 공개 활동과 관련해 “왕조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김정은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은 24세 때 후계 준비를 시작해 27세에 북한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며 “이 과정이 상당한 트라우마였을 수 있다. 때문에 그가 그의 후계자를 미리 준비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는 김주애가 실제로 후계자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김정남은 한때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결국 아니었고 그 이유 또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은 앞서 외신을 통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김정은의 가장 총애 받는 딸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를 일찍 공개해 자신이 겪은 이전의 시행착오를 피하려 한다는 일각의 분석을 실은 바 있다.

북한 조선우표사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성공' 기념우표를 발행한다며 우표도안을 지난 14일 공개했다.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우표사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성공' 기념우표를 발행한다며 우표도안을 지난 14일 공개했다.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있다. /연합뉴스

NYT는 “과거 북한은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을 앓은 후에야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암시를 주기 시작했다”며 “김정은이 2010년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 북한 주민들은 그를 본 적도 없다. 때문에 김정은은 정권을 이어받은 뒤에도 상당 기간 통치 능력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계획의 일부일 수 있다”고 짐작하며 “후계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자 할 것이다. 김정은은 빠른 승계에 따른 외부의 회의론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김정은과 동행하며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보였다. 이어 같은 달 26일 화성-17형 발사 공로자들과의 기념 촬영까지 함께했고, 새해 첫날에는 김정은과 탄도미사일 무기고를 나란히 시찰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7일 건군절 75주년 기념 연회는 물론 이튿날 밤 진행된 열병식도 참석했다.

그사이 북한에서는 김주애 우상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당국이 ‘주애’라는 이름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명을 강요하고 있다는 소식통 증언이 나왔고, 김주애 사진을 담은 우표 도안도 공개됐다. 열병식에는 김주애가 아끼는 백마가 등장했다. 백두혈통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마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린 것은, 김주애가 군 통수권자인 김정은의 딸이자 정통성 있는 4세대임을 공표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