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이 열리는 평양 김일성광장 귀빈석에 자리잡고 박수치는 김주애와, 그런 김주애를 곁눈질로 바라보는 김재룡 전 내각 총리.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9일 전날 밤 열린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중계했다. 사진은 열병식이 열리는 평양 김일성광장 귀빈석에 자리잡고 박수치는 김주애와, 그런 김주애를 곁눈질로 바라보는 김재룡 전 내각 총리.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북한 조선우표사가 발행할 새 우표도안에도 김주애가 등장했다. 이를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난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RFA는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김정은의 딸이 처음 공개됐을 때 큰 관심을 보였던 북한 주민들이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 행사 후 김주애에 대해 비난과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11일 RFA에 “작년 11월 김정은의 딸이 미사일 발사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주민들은 어린 딸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며 호기심어린 반응을 보였다”며 “하지만 열병식 행사 이후 어린 아이를 지나치게 내세우는데 대해 우려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김정은의 어린 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과거 김정일이 자기 자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되었기 때문이고 아버지인 김정은을 똑 닮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주요 행사에 학생인 어린 딸이 연이어 등장하고 언론에서 요란한 존칭사를 붙여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의 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없지만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끼리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은 이번 열병식이 김정은 딸에 집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급중학생(중학생)이 어른 티를 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고 김정은과 같이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며 머리 허연 간부들이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서른 살도 안 된 여동생(김여정)에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주며 내세운 김정은이 열 살이 조금 넘은 어린 딸을 주요 행사장에 데리고 다니며 특별한 존재 인양 잔뜩 내세우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김일성, 김정일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또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김정은 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의 생김새와 옷차림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라고 매체에 전했다.

그는 “이번 열병식 행사에 김정은의 딸은 아이라는 감이 전혀 없이 고급 양복과 모직 외투 같은 사치한 옷에 쁘로찌(브로치)까지 달고 나와 세상이 다 보라는 듯 뽐냈다”며 “작년 처음 등장했을 때 친근감을 느끼고 관심을 보였던 여학생들조차 이번엔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11월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이었다. 이후 같은 달 26일 ICBM 개발·발사 공로자들과 기념촬영에도 동행했다. ‘김주애 우상화’ 정황이 포착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김주애 소유로 보이는 ‘백마’가 등장했고, 14일에는 그의 사진이 포함된 새 우표 도안도 공개됐다. 우표에는 김정은과 김주애가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낀 모습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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