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본지 인터뷰 중인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 /이태경 기자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본지 인터뷰 중인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 /이태경 기자

“만일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북에 보내 캥거루 재판을 받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했어야 한다.”

지난 9일부터 한국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이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분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캥거루 재판이란 법과 원칙을 이리저리 피하거나, 예측 불가로 전개되는 엉터리 재판이라는 뜻이다. 그는 2004년 영국 의회 내 초당적 모임인 ‘북한 관련 위원회’를 결성하고 수십년간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국제적인 인권 전문가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의 진상을 밝혀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올턴 의원은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북 관계보다) 상대적으로 북한 인권 분야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실망하던 차에 이 뉴스를 접하며 실망이 분노로 바뀌었다”고 했다. 살인 혐의 때문에 탈북 어민을 북송했다는 당시 정부의 논리에 대해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지 알면서 강제 북송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 인권과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문제는 중국이 자국으로 넘어온 탈북민을 북한으로 되돌려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탈북민을 북송하는 일은 국제법상 난민 협약 의무를 무시,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임신한 채 북한으로 되돌려보내진 여성이 중국인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강제 낙태를 당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 국회가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어민을 강제 북송해 놓고 중국에 탈북민 북송을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올턴 의원은 홍콩과 티베트,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홍콩 민주화 운동 등을 지지해 2021년부터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10여 년간 인권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백지 시위’ 등 중국 내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인터넷을 통해 상황이 전파되는 것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시진핑은 무수히 많은 사람을 잡아넣을 수는 있어도 자유를 향한 열망을 말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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