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북한 암호 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북한 암호 화폐 탈취 대응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 정 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최근 북한 해커 조직이 탈취한 암호 화폐 100만달러(약 12억7000만원)어치의 현금화 시도를 포착해 이를 차단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커 집단이 빼돌린 암호 화폐가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의 자금으로 지목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한미 간 공조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이달 초 북한 해커 조직이 탈취해 보유하던 암호 화폐 지갑을 동결하는데 성공했다. 액수가 최소 1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커 조직이 탈취한 암호 화폐를 현금화가 유용한 ‘USD코인 지갑(USDC Wallet)’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적발됐다고 한다. 코인 지갑은 암호 화폐 세계에서 은행 계좌번호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 지갑에 특정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개인 키(key)가 기록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정원 내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와 미국 내 법 집행 기관인 법무부,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등이 ‘원 팀’을 이뤄 이번 건을 장기간 추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탈취한 암호 화폐가 지난해에만 2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고 곳곳에 은닉돼 현금화를 노리고 있다”며 “필요하면 언제든 동결시킨다는 자세로 한미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가 북한이 해킹으로 확보한 암호 화폐의 현금화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암호 화폐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한미 등 감시망을 피하느라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가 지난해 하반기 북한의 암호 화폐 해킹에 대응한 공조를 본격화한 이후 그 성과가 외부에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 재무부는 암호 화폐를 쪼개고 섞어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믹서(mixer) 업체들을 찾아내 제재하고 있고, 외교부도 지난 10일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에 대한 독자 제재를 시행하면서 암호 화폐 지갑 주소 8개도 함께 등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해커들의 공격이 갈수록 정교화하고 있어 한미가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