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설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설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이 인민군 창설 75주년을 맞아 열린 주요 행사에 딸 김주애를 연일 대동하고 있다. 북 선전 매체들은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에 대한 언급 없이 김주애를 ‘존경하는 자제분’이라 부르는가 하면, 김주애를 중앙에 배치한 사진들을 무더기로 공개했다. 8일 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도 김주애는 김정은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다. 김정은과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았고 귀빈석의 상석을 차지했다. 김정은과 나란히 서서 열병 부대들을 사열하고 주요 지휘관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손뼉 치는 김주애 독사진도 공개됐다. 노골적인 우상화 시도다. 일부 전문가와 외신들은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김정은은 슬하에 1남 2녀 또는 2남 1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인 김주애는 열살 정도라고 한다. 극도로 가부장적이고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은 북한의 사회 분기위상 김주애가 남자 형제를 제치고 마흔도 안 된 수령의 후계자로 확정됐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다만 김정은이 작년 가을부터 4대 세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이 노동당 간부학교를 찾아 “몇 백년의 후사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당 일꾼을 키워내라”며 공개적으로 후사(後嗣) 문제를 거론한 게 작년 10월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ICBM 발사 현장을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 김주애를 대동했다. 모두 인민군 관련 행사였고, 핵미사일과 함께 등장한 게 4차례였다. 김정은이 그토록 핵에 집착하는 까닭이 짐작된다.

최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이달 말 소집한다고 밝히며 “농사 대책을 강구하는 게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고 했다. 전원회의는 1년에 한 번, 많아야 두 번 여는 대규모 정치 행사다. 북은 이미 작년 12월 말에 전원회의를 열었다. 두 달 만에 전원회의를 또 열면서 의제를 농사 문제로 국한한 것은 식량난이 극심함을 시사한다.

김정은 부녀가 사열한 이번 열병식엔 북한이 최근 개발한 신무기들이 총출동했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ICBM이 평소의 2배 이상 등장했고, 고체 연료를 채택해 기습 발사 능력을 갖춘 신형 ICBM도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같은 대남 타격용 전술핵 무기들도 선보였다.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왕조의 영속을 위해 핵 폭주를 계속하겠단 얘기다. 한반도의 분단 비극이 4대 세습까지 이어질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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