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 시각)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김정은 부부 사이 정중앙에 자리 잡은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김정은의) 딸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軍수뇌부 병풍 세우고… ‘중앙’ 차지한 김정은 딸 - 북한 김정은(오른쪽)이 8일 북한 ‘건군절’ 75주년 기념식에서 부인 리설주(왼쪽), 딸 김주애(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뒤로 북한군 수뇌부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軍수뇌부 병풍 세우고… ‘중앙’ 차지한 김정은 딸 - 북한 김정은(오른쪽)이 8일 북한 ‘건군절’ 75주년 기념식에서 부인 리설주(왼쪽), 딸 김주애(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 뒤로 북한군 수뇌부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WP는 ‘김정은은 딸이 후계자라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주애가 군 고위층이 가득 찬 연회장에서 중앙 무대에 선 사진이 공개된 이후 분석가들이 이같이 말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한국 시각) 김정은 부부가 김주애와 함께 군 장성 숙소를 찾았다고 보도하면서 김주애가 헤드테이블에서 김정은 부부 사이에 앉고 그 뒤로 군 장성들이 서 있는 사진 등을 공개했었다.

WP는 “10∼11세로 추정되는 주애가 통상 리더를 위한 자리인 사진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테이블에서 최고위 장성들이 이 가족 뒤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고 했다. 또 “소녀(김주애)의 머리는 스타일리시한 어머니인 리설주를 연상하게 한다”며 “검은 스커트 의복과 실용적인 구두를 신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메달로 장식된 재킷을 입은 군 지도자들이 서서 박수를 친다”며 “사진들은 김씨 일가의 정통성 주장을 유지하는 데 있어 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이날 만찬은 평양을 흐르는 강가의 섬에 있는 양각도 호텔에서 열렸다”며 “이 호텔은 미국인 학생 오토 웜비어가 구금되어 뇌사상태에 빠지기 전에 머물렀던 호텔과 같은 곳”이라고도 했다.

WP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 소녀의 이름과 나이를 알리지 않았고, 그를 단지 김정은의 ‘존경받는’ 딸이라고만 했다”며 “이 형용사가 사용된 것은 이전의 ‘사랑하는’에서 분명히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했다.

WP는 북한의 이런 보도는 김주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그가 후계자로 선택됐는지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의 분석을 소개했다. 정 실장은 “김씨 일가가 자랑스러운 혈통이며 그 가문이 통치하는 것만이 옳다는 얘길 태어나면서부터 들어온 북한 주민들이 4대째 통치를 수용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가부장 체제가 여성 통치자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WP는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소식을 전할 당시 김주애가 동행한 것과 관련, 태영호 국민의힘을 인용해 “이는(딸의 공개는) 북한 정권의 생존 전략의 핵심인 무기 프로그램이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했다. 태 의원은 “김정은은 딸을 ICBM 옆에서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혈통을 이어갈 것임을 세계와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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