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튜버 ‘유미’/유튜브
 
북한 유튜버 ‘유미’/유튜브

미국 CNN방송이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영상을 올리고 있는 북한 유튜버 ‘유미’(YuMi)를 조명했다. 매체는 이 같은 채널들이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체제선전의 일부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5일(현지시각) CNN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리포터를 읽지만, 북한 유튜버들은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조명했다.

CNN은 지난해 8월 ‘올리비아 나타샤-유미 스페이스 DPRK 데일리’라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예시로 들었다. 해당 영상에서 유미는 “카메라 앞에 서니 긴장된다. 코로나의 유행으로 수년간 북한을 방문하실 기회가 없기 때문에 평양이 궁금하실 것”이라며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들과 사람들의 일상,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영어로 말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유미는 ‘음료상점’이라는 간판이 달린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이 든 냉동고를 살펴본다. 그는 여러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고 “이건 우유 맛이다. (포장지의) 그림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이건 복숭아 맛이다”라고 말한다. 유미는 아이스크림콘을 하나 골라 맛본 뒤 “과자가 매우 맛있다”고도 한다.

CNN은 “4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4만1000회 이상 조회됐으나, 이건 평범한 브이로그가 아니다”며 “스스로를 유미라고 칭하는 이 여성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고립된 나라인 북한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채널은 지난 1~2년 동안 인터넷에 등장한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 중 하나로,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일상을 공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샐리 파크스’라는 유튜브 채널이 개설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11살 ‘송아’가 출연한다. 채널 소개에는 “평양은 매우 아름답고 웅장한 도시다. 평양의 재밌는 장소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이 채널에는 송아가 북한의 문수물놀이장, 모란봉을 방문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12개 올라와 있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 영상에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일반 주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말해주는 흔적들이 영상에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유미 등 유튜버들은 북한 고위 관리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관광객들을 위한 장소를 보여줌으로써 국제적 이미지를 재구축 하는 선전의 일부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북한에서 인터넷 사용은 매우 제한돼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된 소수의 특권층도 정부가 운영하는 고도로 검열된 인트라넷에만 접근할 수 있다”며 “책이나 영화와 같은 외국 자료는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유튜버 송아/유튜브
 
북한 유튜버 송아/유튜브

북한인권정보센터 박성철 연구위원은 “유미의 영상은 북한 정권이 대본을 짠 ‘잘 준비된 연극’처럼 보인다”고 했다. 박 위원은 영상 속 모습들이 100% 거짓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삶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상 속 시설들은 존재하지만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또 북한은 놀이공원을 운영할 만큼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특별한 날에만 개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이 유튜버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희귀 사치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모두 고학력자이며 고위 관리들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북한연구소 하승희 교수도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이 같은 영상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 유행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안전한 국가’로 묘사하려고 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 교수는 “영상이 선전 목적으로 제작됐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단순히 차단할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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