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25일(현지 시각) “(북핵의) 위협 증대를 고려할 때 우리(한·미)가 한국의 핵무장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적절하다”며 “한미가 긴밀히 이 부분(핵무장)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 국방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했었다.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연합뉴스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연합뉴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이날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한국이 (북핵·미사일 등) 끔찍한 위협에 직면한 것은 유감스럽다. (북핵 위협 고조로) 한국과 일본 등에서 이전의 금기(taboo)가 제거되는 지점까지 오게 됐다”며 “(핵무장은) 주권적 결정”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를 신뢰해야 한다”며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 배치 등 다른 길을 추구한다면 일본을 포함한 역내 전체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한국 내에서 미국의 기존 핵우산 공약으로 북핵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선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보호하고 매우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북한 정권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기꺼이 부담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전쟁에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한 적이 있다”며 “북한이 그런 조치(한반도 공격)를 취하는 것은 그들의 절대적인 파멸과 김정은 정권과 김씨 왕조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쓸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문재인 정부 때 남북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도발을 계속하면서 역량을 계속 증진했다”며 “따라서 이제는 9.19 합의와 같은 것을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한국의 지원을 바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한국과도 이런 비상사태와 서로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국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미 관료들 중에서도 한반도 정책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2003년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난 뒤, 2003년부터 2년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2017년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다시 국방부 차관보에 지명돼 1년 11개월간 한국 정책을 담당했다. 재임 시절인 2019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자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의 결정을 우려하며 실망하고 있다”며 “상호 방위·안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정을 재고하는 것이 가장 유익할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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