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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간부들과 접선한 北 공작원은 모두 5명”
노석조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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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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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이 2019년 8월 중국 다롄에서도 북한 대남 공작원들을 만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간부는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이 간부와 민노총 조직국장,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 제주평화쉼터 대표 등 국보법 위반 수사 대상인 4명이 접촉한 북한 공작원 5명의 신원도 모두 확보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5명의 공작명은 배성룡·김일진·전지선·리광진 그리고 ‘40대 공작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정원 압수수색이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모습./뉴스1
 
18일 국정원 압수수색이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모습./뉴스1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은 2019년 8월 초 주위에 “2박 3일간 관광을 다녀오겠다”며 다롄으로 출국했다. 그는 이 기간 다롄 모처에서 북 공작원 김일진, 배성룡을 만난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김일진과 배성룡은 조직실장과 접촉한 직후 다롄에서 밤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이동해 주중 북한 대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공작원은 며칠 뒤 베트남 하노이로 건너가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을 8시간 이상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른 날 민노총 조직국장을 접선하려 했다. 이들은 하노이 중심지의 동상 근처에서 조직국장을 만나려 했으나, 돌발 상황이 벌어져 접선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민노총 조직국장은 동료인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이 북한 공작원과 만나는 장소까지 안내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방첩 당국은 민노총 조직국장이 이번 사건의 총책으로 수하에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과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제주평화쉼터 대표 등을 관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소식통은 “민노총 조직국장과 나머지 3명이 다롄, 하노이, 프놈펜 등 국외에서 북한 공작조를 조직적으로 만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노총 조직국장이 총책인 이번 조직은 조직원들끼리 서로 모르는 단선(單線)이 아니라 조직국장 바로 아래의 조직원 3명끼리는 서로 아는 ‘2단 구조’라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통상 북한 공작원들은 보안 유지를 위해 지령을 줄 때 우리 측 인사를 개별적으로 만나 전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조직원을 해외에서 같이 만난 것이다. 소식통은 “과거보다 대담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양경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민노총 전·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한 국가정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5월 1일 총궐기를 진행하고,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뉴시스
 
양경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19일 기자회견에서 민노총 전·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한 국가정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5월 1일 총궐기를 진행하고,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뉴시스

특히 수사 대상인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과 접촉한 북 공작원 5명 중에는 1990년대 국내에 침투한 전력이 있는 리광진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진은 2021년 적발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에도 개입한 ‘베테랑’이다. 그는 현재 60대 중반으로 추정되며, 1990년대 부부 공작조 등으로 위장해 수차례 국내에 침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자료 등에 따르면, 리광진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노동당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에서 부부장 직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 당국은 리광진을 포함해 배성룡·김일진·전지선과 40대 미상 공작원 등 총 5명이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집중 관리하며 ‘민노총 장악과 조종’ 시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총책인 민노총 조직국장이 지난해 대규모 집회에서 “한·미·일 전쟁 동맹 노동자가 끝장내자”라는 구호를 외친 것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른 행동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방첩 당국은 이들이 외국계 이메일 등을 활용해 북측과 교신한 증거물 등을 확보하고 분석 중이라고 한다.

특히 안보 당국은 북한 공작원과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2019년에도 자주 접촉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보안 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 등으로 한미와 이른바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에도 뒤로는 끊임없이 대남 공작을 벌인 셈”이라며 “한국 여론을 움직여 반미 시위 등을 벌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법”이라며 “수십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오는 노동절(5월 1일)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며 “물가와 금리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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