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보조금 전용을 적발했던 촛불중고생시민연대(촛불연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지난 3일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던 민간단체를 그와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앞서 서울시가 촛불연대의 보조금 집행 내역을 감사하면서, 이 단체가 보조금을 전용해 북한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중고생운동사’라는 책을 만들어 판매한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책에는 촛불연대가 북한 김일성이 1926년에 만든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을 계승했다는 취지의 도표도 등장한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촛불연대는 2021년 당초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보조금 490만원을 수령했으나 사업 계획을 바꿔 ‘중고생운동사’라는 책을 발간했다. ‘중고생운동사’에는 김일성이 14세 때 대표를 맡았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1926~1945)’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일성이 ‘동맹’ 대표로 추대된 직후 했다는 연설도 실었다. 이 단체의 후신이라는 북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을 소개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촛불연대를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을 잇는 단체로 표시한 ‘한국 중고등학생 운동단체 계보도’가 포함됐다. 이 계보도는 조국통일 남북학생회담 추진위원회(1960~1961), 전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중고생연대 등의 남한 단체도 들어가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감사 보고서에서 “책 내용을 볼 때 국가보안법상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이적표현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며 “책을 만든 동기 및 경위, 이적행위의 목적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또 촛불연대가 2021년 3월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할 당시 서울시에 허위의 회원 명부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회원 명부에 적힌 100명 중 50명에게 전화를 해 확인한 결과 ‘촛불연대 회원이 아니며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10명으로 나타났다”며 “불특정 다수의 개인 정보를 도용한 것으로 판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했다.

또 작년 11월 기준으로 회원 100명 중 40~50대가 6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20~30대 19명, 60대 이상 18명, 10대 3명이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름처럼 중고생이 주축인 단체가 아니라 성인들로 구성된 사실상 정치이념 단체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작년 11월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친북 성향 강연을 해 논란을 빚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촛불연대의 등록을 직권 말소하고 시가 지급한 보조금 9100만원 중 1600만원에 대해 환수 조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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