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간첩단 혐의 ‘ㅎㄱㅎ’의 조직책인 진보 정당 간부 A씨가 2017년 7월 ㅎㄱㅎ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을 당시 북한 대남 공작원들 앞에서 사실상 ‘충성 맹세’를 했던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2월19일 오전 제주시에 있는 제주 진보정당 간부 B씨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이다.2022.12.19/뉴스1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2월19일 오전 제주시에 있는 제주 진보정당 간부 B씨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이다.2022.12.19/뉴스1

본지가 입수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직속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옛 225국) 소속 공작원을 만나 인근 숙소로 들어갔다. A씨는 8월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기 전까지 사흘 동안 이 숙소에 은신하며 대남 공작조로부터 ‘제주도에 지하 조직을 만들라’는 내용 등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A씨는 공작원들에게 “조국 통일 위업의 승리를 위해 굴함 없이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에 ‘충성 맹세’를 한 것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이 포착해 해독한 지난해 8월 19일 자 북한 지령문에도 “연구원(문화교류국)에서는 첫 상봉 시(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우리 위업의 승리를 위해 굴함 없이 투쟁할 의지를 가다듬던 그날의 활기에 넘친 원장님(A씨)의 모습을 항상 그려보며 반드시 건강이 회복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A씨는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생일에 맞춰서도 충성 맹세문을 북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북측은 교신할 때 김정은은 ‘총회장님’, ‘ㅎㄱㅎ’의 하부조직은 ‘회사’, 하부조직원은 ‘회사원’이라는 음어(陰語)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적발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 때도 핵심 조직원들은 ‘충성을 맹세한다’는 취지의 혈서(血書)를 써 사진으로 찍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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