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2.2.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2.2.22/뉴스1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총격을 받고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것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지장을 주고 남북 이벤트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내용이다. 국가안보실장이 국민 생명이 아니라 남북 이벤트만 신경 썼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은 사건 직후 열린 각종 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보안 유지와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한다. “자진 월북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고도 했다. 근거도 없는 월북 몰이를 통해 정부가 아무런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이다. 서 전 실장은 국정원이나 해경 등에서 ‘월북 의도는 발견되지 않음’ ‘실족 가능성’이란 보고를 받고도 자진 월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군과 국정원에도 자료 삭제 지시를 내려 첩보가 총 5600건 삭제됐다. 해경 보도 자료 초안에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 발견’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이라고 써넣은 사람도 서 전 실장이라고 한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 신발은 발견되지도 않았다. 외교부에는 ‘이대준씨는 스스로 북한 해역에 불법 침입한 월북자’라는 자료를 모든 재외공관에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과 남북 평화 쇼를 되살려 보려 혈안이 돼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직후 공개된 유엔 화상 연설에서 “종전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살해당해 시신까지 불태워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국가 안보 사령탑이 대통령 연설이나 남북 이벤트가 잘못될까 봐 사건 은폐·조작에 나섰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오죽했으면 당시 청와대 비서관들이 “이게 덮을 일이냐.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하나. 미쳤어”라고 말했겠나. 더 보탤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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