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리 전 외무상과 북한 외무성 관계자 4~5명이 잇달아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며 “처형 시점은 작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처형 이유는 분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리 전 외무상을 포함, 처형된 외교관 일부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2016년에 태영호 공사(현재 국민의힘 국회의원)가 한국으로 망명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외무상을 지낸 리용호는 북한을 대표하는 미국통 외교관으로 꼽힌다. 1994년 제네바 미북 고위급 회담부터 2018년 하노이 미북 회담까지 대미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친 리명제가 김씨 일가의 집사 역할인 서기실 실장으로 근무해 북한의 핵심 엘리트 가문 출신으로 꼽힌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당국이 리 전 외무상 처형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동요하거나 망명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은 리용호 처형설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리용호와 그의 동료들이 처형됐다면 김정은 정권 내에서 협상파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의미”라며 “우리의 대북 전략도 그에 맞게 면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측은 “리 전 외무상의 처형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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