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조선소년단 대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뉴시스
 
북한 김정은이 조선소년단 대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뉴시스

북한 김정은·김정철 형제가 2000년대 중반 고려호텔에 여성들을 자주 데리고 출입하는 등 어려서부터 여성편력이 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일의 고려호텔 금지령에도 김정은이 계속 여성을 데리고 호텔에 드나들었다고 한다. 마키노 요시히로 전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이 최근 펴낸 저서 ‘김정은과 김여정’(㈜글통)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저자인 마키노 기자는 2007년부터 5년 간 아사히신문 서울 특파원, 2015년부터 3년 6개월 간 서울지국장으로 근무하며 많은 한국정부 당국자와 연구자, 탈북자들을 취재해왔다. 2014년 워싱턴에서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객원연구원을 지내며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보좌관, 제임스 켈리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등을 만나 미북 협상 및 북핵에 대한 취재를 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8년 6월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마키노 지국장이 북한을 비방하고 중상모략하는 기사를 썼다며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저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김정은·정철 형제가 고려호텔에 여성을 데리고 자주 나타났는데, 형제가 뜨면 고려호텔 입구가 봉쇄되고 투숙객도 자유롭게 이동할수 없게 됐다고 한다. 관련 보고를 받은 김정일이 정은·정철 형제에게 고려호텔 출입금지령을 내렸다. 성격이 온순한 김정철은 지시를 따랐지만 김정은은 김정일의 말을 듣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 여성을 데리고 호텔 출입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김정일이 격노해 부자지간 갈등이 심각해지자 김여정이 중재에 나서 김정일의 용서를 이끌어냈다고 저자는 밝혔다. 그는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스페어로 소중하게 쓰일 특별한 존재”라고 분석했다.

김여정과 관련해 태어나서부터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접촉한 북한 당국자들도 정보관계자들에게 “김여정이 눈에 띄고 싶어 해서 곤란하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저자는 김여정이 어릴 때부터 정치를 하고 싶어했지만 고모인 김경희가 반대해 김정일 사망 전까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여정의 능력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면밀하게 검토한 뒤 행동에 옮긴다”고 평가했고, 이 때문에 기댈 수 있는 측근이 적은 김정은도 김여정에게 의지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의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은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업무 복귀 후 동생 김경희가 현지지도에 동행한 이유가 김정일이 다시 쓰러질 때를 대비한 행동”이라며 김정은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만일을 대비해 김여정이 자주 동행한다고 했다.

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몰락시킨 나리타 공항 사건이 김정은의 모친 고용희의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정일 본처의 지위를 굳혀가며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고용희 세력이 김정남에게 마지막 철퇴를 가하기 위해 2001년 5월 김정남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을 방문한 사실을 싱가포르 정보기관에 알렸고, 관련 정보가 일본공안조사청에 접수되면서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서는 김정남의 암살을 다룬 ‘북한 권력투쟁의 내막’, ‘김정은 정치의 실태’, ‘독제체제의 정체’, ‘핵과 미사일의 행방’ 등 북한 체제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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