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산가족 재회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이 을지 포커스 렌즈 훈련을 이유로 ‘남북 접촉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북한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이름의 성명을 통해 “을지연습이 실시될 경우 사태는 6·15 공동선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모든 접촉, 내왕과 협력이 순간의 정체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에 대한 유린, 배신행위, 도발행위 등의 강한 표현도 동원했다.

을지연습은 21일부터 9월1일까지 한미연합사령부가 실시하는 지휘소 훈련. 정부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고려, 올해는 실병력 동원을 자제하는 등 축소하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마저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관례대로) 짚고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군부 등 일부 강경파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내부용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이 문제로 갑자기 얼어붙을 개연성은 적다는 것이다. 북한이 훈련 시작을 이틀 앞둔 19일 이를 발표한 것이 그 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산가족 추가 상봉, 경제협력 장치 마련, 납북자 문제 협상 등 많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남한 정부가 을지 연습을 취소하지는 않겠지만 이같은 압력을 가함으로써 남한 정부에 부담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일각의 분석은 8월 29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장관급회담을 비전향장기수 북송 이후로 연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 북한측은 7월말 1차 장관급회담 당시 제2차 회담 날짜를 ‘비전향장기수 북송(현재 9월2일로 예정) 이후’로 주장했었다. 을지 연습이 시작되는 21일 이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최병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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