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형 무인기(드론)들이 지난 26일 5시간여 동안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녔지만 격추에 실패함에 따라 드론 방어 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 필요성과 함께 공세적인 작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27일 국무회의에서 북 무인기 영공 침범에 대해 “수년간 군의 대비 태세가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드론 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6월 9일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지능형 스마트 부대 시연 행사'에서 재밍(jamming) 장비를 이용해 적 침투용 드론을 떨어뜨리고 있다./신현종 기자
 
지난 2020년 6월 9일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지능형 스마트 부대 시연 행사'에서 재밍(jamming) 장비를 이용해 적 침투용 드론을 떨어뜨리고 있다./신현종 기자

드론을 잡는 ‘안티 드론’(드론 킬러) 수단은 크게 ‘하드 킬’(hard kill)과 ‘소프트 킬’(soft kill)로 나뉜다. 하드 킬은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것이고, 소프트 킬은 포획·마비 등으로 드론 임무를 저지하는 것이다. 하드 킬은 기관포, 자폭 드론, 레이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등을 주로 이용한다. 소프트 킬은 재밍(전파 방해) 등이 대표적 수단이다. 그동안 한국군의 대응책은 하드 킬에 치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26일 F-15K와 KF-16 등 전투기는 물론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 등 군용기들을 약 20대나 출동시키고, 코브라 공격헬기에서 100여 발의 20㎜ 기관포를 발사했다. 이는 북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한 ‘하드 킬’ 작전의 일환이었지만 결국 단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했다. 군 당국은 30㎜ 자주 대공포인 ‘비호’, 비호에 ‘신궁’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비호 복합’, 20㎜ 벌컨포, 신궁·천마 대공 미사일 등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다양한 대공화기를 육군 및 해병대 최전방 부대에 배치했지만 이번에 단 한 발도 발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들은 북 소형 무인기의 특성상 탐지 및 격추 작전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종전 북한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수입해 개조한 무인기는 보통 크기가 5m 이상으로, 육안이나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고 격추도 비교적 쉬웠다. 레이더는 보통 비행체의 반사 단면적이 2㎡ 크기 이상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데, 소형 무인기는 레이더 반사 단면적이 0.01~0.08㎡에 불과해 탐지 및 격추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군 당국이 지난 2014년 북 소형 무인기와 비슷한 무인기를 띄워 시험한 결과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았고 대공포로 격추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지난 26일 다양한 대공포들이 사격하지 못한 것은 기본적으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드 킬’에 치중한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2014년 4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한 무인기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2014년 4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한 무인기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에 따라 비교적 민간 피해 없이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포와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 재밍, 스푸핑(포획·탈취) 등 다양한 ‘소프트 킬’ 수단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이저는 발사 비용이 싸고 동시에 다수의 표적을 격추할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드론 킬러무기로 꼽힌다. 특히 미래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군집 드론’(벌떼 드론)을 격추하는 데 효과적이다. 국책 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에 불과 5대의 드론을 보냈는데도 이런 혼란이 벌어졌는데 수십 대의 군집 드론 공격을 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했다.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오는 2025년까지 목표로 드론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 중이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전파 차단, 레이저 등으로 적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고, 전력화를 추진 중인 기존 장비의 도입 시기도 최대한 줄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 미사일의 경우 공군이 감시·추적하고, 무인기 침투는 육군이 책임지는 ‘따로국밥’ 식 시스템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3차원의 공중 공간에서 작전하는 적기·무인기·미사일 탐지와 교전 등 국가 방공 체계는 가용 자산을 모두 통합하고 탐지 자산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현재 탄도탄(미사일)은 공군, 무인기는 육군이 책임지고 있다”며 “육군의 방공포병 전력과 공군 방공포병을 통합해 작전 통제를 할 때 최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론 방어 대책은 강화하되 수세적 자세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세적으로 대북 드론 전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며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방공 작전은 방패, 무인기를 북으로 침투시키는 것은 창”이라며 “적을 억제하고 굴복시키는 것은 결국 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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