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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씨가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 공안으로부터 전기고문을 당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국내 주사파에 대한 입장, 북한 민주화 운동의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과거 김일성을 비판했다가 북한이 김정남 암살과 비슷한 수법으로 자신을 암살하려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체사상파(주사파) 대부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전향한 그는 1991년 평양으로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났지만 환멸을 느끼고 북한 체제 비판에 앞장섰다.

김 위원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2016년 3월 경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학술 발표회에서 신원을 모르는 한 남성과 악수했는데, 북한에서 보낸 암살 요원이었다고 국가정보원이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회 중간 쉬는 시간에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조선족 남성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길래 손을 잡고 1분가량 대화를 나눴다”면서 “2달쯤 뒤 국정원에서 연락이 와 해당 남성이 북에서 보낸 암살요원이라고 알려왔다”고 했다.

김 위원은 “국정원은 해당 남성이 독약을 묻힌 손으로 표적을 만져 살해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약 1달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지인을 통해 같은 내용을 전해줬다고 김 위원은 주장했다. 이런 수법은 지난 2017년 북한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할 때 사용한 방법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그는 밝혔다.

당시 북한은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는다고 속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연예인 지망 여성에게 김정남의 얼굴에 손으로 VX 신경작용제를 바르게 해 그를 살해했다.

김 위원은 암살 실패 이유에 대해선 “독약을 적게 묻혀서 실패했거나, 실제로 독약을 묻히지는 않고 내가 암살의 표적이 됐다는 정보를 흘려 위협만 하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이후 약 6개월 동안 경찰관 2∼3명이 24시간 신변경호를 했다”며 “북한의 소행을 알고 나니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012년 7월 31일 성명을 통해 이른바 ‘김일성 동상 파괴 미수사건’(동까모)관련 김영환 위원을 ‘변절자’로 부르며 “처단 대상” 중 1명으로 꼽았다. 김 위원은 2015년 말 출간한 저서 ‘다시 강철로 살아’에서 “김일성이 주체사상을 잘 모르더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아마 북한이 분노할 만한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1980년대 강철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강철서신’을 통해 국내 대학가에 주체사상을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1991년 5월 밀입북해 김일성을 접견하고 조선노동당에 입당까지 했지만 주체사상에 대한 김일성의 무지와 북한의 비인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 실망해 주체사상과 결별을 선언하고 북한인권운동가로 전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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