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검찰 출두 -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박지원, 검찰 출두 -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14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감청 내용을 첩보 보고서에서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 7월 국정원에 의해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박 전 원장을 상대로 첩보 관련 자료 삭제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피살 사건 이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서훈(구속 기소)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지침을 받고 문건 삭제를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다”며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서 전 실장을 기소하고 박 전 원장까지 조사하면서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씨의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날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고소하면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은폐와 조작의 최고 책임자였던 문 전 대통령을 고소한다”며 “(문 전 대통령은) 해경 수사를 지켜보라 했지만 조작으로 얼룩진 선택적인 내용을 공개했고, 약속한 처벌은커녕 비웃듯 (관련자를) 승진까지 해주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검찰은 서 전 실장 공소장에 서 전 실장이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쯤 개최한 안보실 비서관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일부 안보실 비서관들이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거 아니냐. 이게 덮을 일이냐” “국민들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등 반발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공소장에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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