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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핵화 의지?… 北서 일주일만 살아보라, 그런말 못한다”
김명성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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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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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 일가 금고지기였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인 그는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김정은의 딸은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 일가 금고지기였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인 그는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김정은의 딸은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2019년 탈북한 류현우(49)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김씨 일가 금고지기’였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다. 전일춘은 2019년 2월까지 39호실장을 지냈다. 류 전 대사 부친도 김씨 일가 호위부대 간부였다고 한다. 김씨 일가와 북한 최고위층의 내밀한 얘기를 알 수 있는 탈북민이다. 류 전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공개된 김정은의 딸 주애는 “후계자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은 가부장적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고, 주애가 결혼하면 그 자녀의 이른바 ‘백두 혈통(김씨 혈족)’ 정통성을 놓고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 왕조에 왜 여왕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류 전 대사는 “북에 있을 때 김주애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 위로 아들이 있다는 말은 한국에 와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아들은 그만큼 베일에 싸여 있다는 뜻이다. 그는 “장관급이던 장인(전일춘 전 39호실장)이 은퇴 후 식량 부족을 겪을 정도로 평양도 경제 사정이 나쁘다”며 “대북 제재가 북한 최고위층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겪었던 문재인 정부 3년에 대해 “김정은 눈치 보느라 북한에서 온 고위층을 남북 관계의 걸림돌로 취급하면서 죽는지 사는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남북, 미북 관계 전망은.

“김정은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핵 탑재가 가능한 ICBM이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 오히려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은 본토 타격용 핵 ICBM이 실전 배치되기 전에 북한과 회담에 나설 것이고, 비핵화가 아닌 ICBM 개발 중단 등 군축 회담으로 갈 수 있다. 그러면 북은 핵을 보유하면서 제재도 풀 수 있다. 미국은 북핵 위험에서 한 발 떨어질 수 있지만 한국은 북핵 인질이 된다. 김정은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제재 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만 공략한다는 작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7차 핵실험 가능성은.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도를 높여야 미국이 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에 나올 것이라고 타산한다. 유사시 북한을 위협하는 핵 공격은 미국 본토가 아닌 괌과 일본에 있는 미 군사기지들에서 이뤄진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전술 핵무기를 완성해야 한다. 그러자면 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 개발을 위한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를 실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김정은 비핵화 의지’는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 누구든 북한에서 단 일주일만 살아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 중에 북한에 가서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북은 2018년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데 평양 엘리트들의 생활은 어떤가.

“2019년 여름에 아내가 평양에 들어가 장인(전일춘 전 39호실장)을 만났다. 은퇴 후 중앙당 공급이 끊기고 일반 공급 대상이 됐다고 한다. 아내가 장인을 대신해 배급소에 갔더니 6개월 치 배급이라며 1인당 감자 2㎏을 주더라고 하더라. 주변 도움을 받지 못하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아내가 충격을 받아 펑펑 울었다고 한다. 평생을 김씨 일가 금고지기로 충성을 다했는데 은퇴하자 버려진 것이다. 요즘 북한 고위층은 현직에 있을 땐 중앙당 공급으로 먹고살지만 은퇴하면 변두리 아파트로 내몰리고 간부 공급도 중단된다. 찬밥 신세가 되는 거다. ‘북한 괴벨스’로 불리던 리재일 전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물러난 뒤 쌀이 떨어지자 (함께 근무했던) 김여정을 찾아가 식량 공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의 장인인 전일춘(점선 표시)북한 노동당 39호실장이 2016년 3월 평양의 한 백화점을 방문한 김정은과 동행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류현우 전 대사대리의 장인인 전일춘(점선 표시)북한 노동당 39호실장이 2016년 3월 평양의 한 백화점을 방문한 김정은과 동행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장인이 ‘장관급 금고지기’를 지냈는데도 은퇴 후 궁핍했나.

“김씨 일가의 돈을 한 푼이라도 빼돌렸다면 장인은 일찌감치 숙청당했을 것이다. 장인이 현직(장관급)에 있을 때 손에 쥔 월급이 북한돈 4500원이었다. 시장에 나가면 쌀 1㎏도 못 사는 돈이다. 현직일 때는 배급으로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북한 경제는 퇴직자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제재 본격화 이전인) 2017년까지는 고위층에 매달 계란 10알씩 공급됐는데 2018년 이후엔 그마저 없어졌다.”

-외교관 시절 대북 제재로 인한 어려움은.

“금융 제재로 공관 운영비도 주재국 은행으로 송금받지 못했다. 외교관들이 직접 베이징으로 가서 외교 행낭에 현금을 담아와야 했다.”

-중동 근무 때 무슨 업무를 했나.

“북한은 제재 본격화 전에는 중동에 재래식 무기를 팔아 돈을 많이 벌었다. 중동을 통해 아프리카에 무기를 수출하기도 했다. (북한과 가까운) 시리아에는 당 군수공업부 산하 창광무역회사, 국방성 기술장비국 등 무기 수출 관련 인력이 70여명 있었다. 북한이 시리아 방사포 공장의 운영을 전담했고, 시리아의 방공 시스템도 만들어줬다. 해킹도 했는데 2017년까지 카타르에 7명, 아랍에미리트에 19명의 정찰총국 소속 해커들이 있었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해커들은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한다.”

-해외서 한국 드라마를 봤나.

“해외에 나온 북한 사람들은 모두 열렬한 한류팬이다. 대사대리로 있던 2018년 인근 국가로 파견 나온 북한 근로자들 작업 현장에 시찰 갔었다. 저녁 점검을 마친 노동자 합숙소 문을 갑자기 열었는데 불을 끈 방에서 모두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다가 황급히 감추더라. 북 외교관이나 노동자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은 같구나 생각하고 모른 체 넘어갔다.”

-김정은의 외교 실패였던 ‘하노이 회담’ 북한 협상팀은 어떻게 됐나?

“모두 처벌받았지만 대부분 복귀했다. 김성혜 조평통 실장은 당 통일전선부 산하 출판사에,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는 당 국제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에, 통역이던 신혜영은 인민대학습당 사서로 근무 중이다. 하노이 이후 대미 협상 주도권이 당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 옮겨갔다.”

-김정은이 딸을 공개한 의도는.

“김정은은 ‘딸 바보’라고 할 만큼 주애를 이뻐한다. 주애가 아기 때 고위층 행사 등에 김정은이 직접 안거나 업고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미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2013년) 평양에 왔을 때도 주애를 안고 나가지 않았나. 지난 9.9절(북한 건국일) 공연 때 나온 여자아이에 대해 외신이 ‘김정은 딸’이라는 추측 보도를 했다. 김정은 입장에선 다른 아이가 자기 딸로 알려지는 것을 ‘진짜 딸에 대한 모욕’으로 여겼을 수 있다. 주애가 공개된 직후 북한 매체가 김정은 딸로 추정된 아이의 공연 장면을 서둘러 삭제했다. 김정은은 인터넷으로 한국, 미국 뉴스를 다 본다.”

김정은이 지난 11월 19일 ICBM 발사장에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모습./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이 지난 11월 19일 ICBM 발사장에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모습./노동신문 뉴스1

-하필이면 ICBM 발사장에 데리고 나왔을까.

“내가 1990년대 북한 공군 1사단 35연대에서 근무할 때 김정일이 고용희(김정은 생모)와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모두 데리고 나와 전투기 훈련을 참관한 적이 있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자녀들을 무기 발사장이나 군부대 훈련장에 동행하곤 했다. 김정은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신형 무기(ICBM)를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주애가 후계자가 될까.

“딸은 후계자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가부장적이고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강하다. 주애가 결혼을 하면 그 자녀는 김씨가 아닌 이씨나 박씨가 될 것인데 이는 ‘백두 혈통(김씨 혈족)’ 관점에서 보면 다른 혈통이 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내려오는 김씨 혈통의 변이가 되고, 북한 주민들은 정통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씨 왕조 혈통’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후계를 말하기에 자녀들이 너무 어리고 김정은이 아직 젊다.”

-김정은 아들에 대한 정보는.

“39호실장이던 장인 주변 사람 말을 들어보면 김정은은 일족의 옷이나 생필품을 해외에서 공수한다. 그런데 여자아이 옷과 장난감을 수입했다는 얘기만 들어봤다. 2010년 태어난 아들이 있다는 얘기는 한국 와서 처음 들었다. 아들이 있다면 일찍 외국에 보냈거나 외부 공개를 극도로 조심하는 게 아닐까.”

-아들이 후계자일까.

“4대 세습을 한다면 아들을 세울 것이다. 해외에 있다면 (스위스에 유학했던 김정은처럼) 유럽 쪽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은 (아들의) 생체 정보를 확보하고 이용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지만 불신도 크다. 김정철(김정은 형)은 확실히 아들과 딸이 있다. 김정철 아들은 분명한 ‘김씨 혈통’이다.”

-2019년 탈북해서 어떻게 지냈나.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눈치를 보느라 한국에 온 고위 탈북민들을 남북 관계 걸림돌로 취급했다. 친북 세력은 우리를 변절자로 몰았다. 생계를 꾸리기도 어려웠다.”

-탈북 이유와 앞으로 계획은.

“정치적 이유로 탈북을 결심했고, 유튜브를 보고 망명 관련 정보를 얻었다. 내 목표는 김정은 독재 정권을 없애고 북한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류현우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1973년 평양에서 태어나 1995년 평양외국어대 아랍어과를 졸업했다. 북한 공군 1사단 35연대 복무를 거쳐 외무성 중동국에 들어가 2010년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 2016년 쿠웨이트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2017년 주 쿠웨이트 대사대리를 맡았다가 2019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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