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1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자유·민주 국가들이 중·러에 맞서 가치 수호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1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자유·민주 국가들이 중·러에 맞서 가치 수호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이해(利害)와 가치에 도전(challenge)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 자유·민주 국가들이 가치 수호를 위해 연대하고,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 영국대사는 1일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굴기(崛起) 상황에서 자유·민주 진영 간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내년 수교 140년을 맞는 한영관계에 대해 “양국은 역사, 지리, 경제 발전 경로 등 많은 게 상이하지만 인권, 민주주의, 법치, 시장경제 같은 가치를 같이 수호하고 있다”며 “엄청난 잠재력(potential)이 기대된다”고 했다.

크룩스 대사는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4년 만에 참여한 것에 대해 “한국의 복귀를 극렬히 환영한다”고 했다. 올해 10월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인권 상황에 대한 ‘특별 토론’ 개최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렇게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함께 일할 수 있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크룩스 대사는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말하며 “70년 전 6·25 전쟁 때도 누군가는 ‘왜 우리가 저렇게 멀리 있는 나라를 도와줘야 하느냐’고 물음을 던졌을 것”이라며 “옳다고 믿는 원칙, 가치 수호를 위해 싸우는 일이 중요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8~2021년 평양 주재 대사로 일한 크룩스 대사는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국제법을 맹렬히(outrageously) 위반하고 있는데도 (중국·러시아 같은) 일부 국가들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북한이 올해 내내 미사일 도발로 일관했지만 그때마다 안보리가 빈손으로 끝나 국내외에서 ‘안보리 무용론’이 제기된 상황이다. 그는 “영국은 한반도에 대한 기여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제법 수호를 위한 목소리를 강력하게 낼 것”이라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감행한다면 우리의 동맹·친구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크룩스 대사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이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나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가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특정 협의체에 대한 가정적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군사 분야에서 한영 협력을 극대화하는 게 대사로서의 일이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함께 협력해 일할 기회가 앞으로 많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부터 재협상이 개시되는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은 원자력발전소 시공·운영에 강점이 있고, 영국은 탈탄소·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발전된 제안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2세 장례식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 “우리는 거대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또 “여왕이 한국 대사들과 만날 때마다 1999년 방문한 경북 안동 얘기를 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존중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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