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뉴시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공무원 이대준 씨를 월북자로 몰고 그와 배치되는 첩보를 삭제토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수장이었다. 정권 차원의 월북 몰이와 증거 은폐 범죄가 있었음을 법원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소명이나 사과 대신 “최고의 북한 전문가이자 (남북 간)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렸다”며 현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다.

서 전 실장은 이씨가 월북했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자진 월북으로 단정한 뒤 해양경찰청에 조작·과장된 월북 정황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와 국가정보원의 첩보 보고서 중 이씨의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해경에 지시 내렸다. 사건 수사 전부터 이미 월북으로 결론 낸 것이다.

당시 해경청장과 해경 관계자들은 청와대 안보실 지시로 월북 수사를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해경청장은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가 나오자 “난 안 본 걸로 하겠다”고까지 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도 청와대의 지침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군 관계자들은 서 전 장관 지시에 따라 첩보를 삭제했다고 했다. 청와대 지침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조직적 월북 몰이와 증거 은폐가 이뤄진 것이다.

이제 모든 의혹의 화살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 영장심사 전날 “도를 넘지 말라”고 경고성 입장을 내더니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남북 간) 신뢰가 무너지면 힘이 든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 끔찍한 죽음을 당하고 월북자로 몰려 명예 살인까지 당했는데 남북관계 신뢰를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는가.

문 전 대통령은 “내가 당시 국방부, 해경, 국정원의 보고를 직접 듣고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모든 보고를 받고 지침을 정한 것이라고 밝힌 셈이다. 그 지침에 따라 서 전 실장과 국정원, 국방부, 해경이 조직적으로 월북 몰이와 자료 삭제를 했다면 최종 책임은 문 전 대통령에게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씨가 피살된 뒤 열린 대책회의에도 불참했다. 유족들에게 “진실을 밝히도록 직접 챙기겠다”더니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법원 공개 판결에 불복했다.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왜 이씨를 구조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월북으로 몰고 갔는지, 모든 사실을 그토록 숨기려 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안보실장과 국방장관, 해경청장 등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숨을 곳도 없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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