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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北 식량 상황은 최악인데 미사일 발사는 최다… 백두혈통만 살려는가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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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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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의식주라고 하지만 북한에선 식의주라고 표현한다. 옷이나 집보다 먹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은 북한의 척박한 지형에서 비롯됐다. 김일성은 일찍이 ‘쌀은 사회주의다’라고 강조했다. 순안공항에 내려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쌀은 공산주의다’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시뻘건 글씨의 7개 간판에 한 글자씩 표기되어 있는 모습은 북한이 사회주의 농업생산 체제라는 사실을 절감케 한다. 공산주의 협동농장을 통해서 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공산주의를 해야만 먹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지 그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그래픽=이철원
 
/그래픽=이철원

쌀이 사회주의라는 구호대로 정권 수립 후 75년 동안 3대에 걸쳐 최고 지도자들이 ‘먹는 문제’ 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상반기 가뭄과 여름철 홍수 등 기상악화와 비료 수급 불안으로 100만t 이상의 식량이 감소했다. 사료용과 종자용은 물론 식용 수요도 부족하다. 신의주·혜산 등 일부 지역의 쌀 가격은 급등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생산 목표량의 30%가 줄어들었고 미국 농무부는 올해 121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FAO는 지난 9월 말 공개한 ‘2022년 3분기 작물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했다. 북한 해외 공관들은 가을 들어 태국, 베트남, 인도 등 쌀 수출국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데 총력전이다. 최근 위성사진에는 남포항에 야적된 외국산 식량 포대들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볏단 운반과 낟알 털기를 제때 마쳐야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지시는 10월 이후 노동신문의 단골 보도 사항이다. “다 지어놓은 낟알을 한 알도 허실함이 없이 제때 거두어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라는 최고 지도자의 발언은 가을걷이 전투의 금과옥조다. 전 세계적으로 6개국만이 성공했다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심 기술인 콜드 론치(cold launch)를 성공시킨 영도자가 낟알 털기를 제때 마쳐야 한다는 지시를 남발하는 것은 북한 농업이 당면한 딜레마다. 핵과 미사일 개발 노력의 100분의 1만 투입해도 해결할 수 있는 볏단 운반을 강조하는 것은 불가사의다. 지구 재진입(re-entry) 기술로 괴물 ICBM을 1만㎞ 이상 떨어진 미국 LA에 투하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평양이 들판의 노적가리를 적기에 창고로 이동시키지 못하는 것은 극단적인 정책 실패다.

북한의 가을걷이 전투처럼 노동력을 집중 투입하는 추수 행태는 남한에선 1990년대 이전에 마감했다. 남한은 1991년 충남 당진과 경북 의성에서 RPC(Rice processing complex)라는 미곡종합처리장을 건립하여 10년 만에 전국적으로 탈곡의 기계화를 완료했다. 벼의 수집·건조·저장·가공·포장·판매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함으로써 최소의 인력으로 미곡의 품질 향상과 유통 구조를 개선했다. 북한은 일관 처리 시설과 트랙터 등이 없어 가을만 되면 학생·군인 및 노동자를 대거 동원해 수작업으로 벼 수확에 나선다. 추수한 벼를 건조하기 위해 들판에 늘어놓으면 쥐 같은 들짐승이 먹는 등 손실분이 전체 생산량의 3%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벼는 쌀 미(米) 글자에서 보는 것처럼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농민들의 효율적인 영농의욕이 중요하다. 북한 농업은 1946년 토지개혁과 1958년 농업협동화를 통해서 공동생산 공동분배제로 바뀌었다. 중국 역시 1950년 토지개혁으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실현했다. 하지만 1958년부터 불어닥친 집단영농의 인민공사는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꺾었다. 중국은 1960년대 10년 동안 식량 생산량 부족으로 3000만명이 아사했다. 중국 여배우 공리가 주연한 1995년 영화 ‘인생(To Live)’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피폐한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976년 사망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개인 영농제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증산이 이뤄졌다.

최고 지도자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식량을 자급자족 못 하는 이유는 생산성 부진 탓이다. 논 200평 기준으로 남한은 평균 80㎏ 기준 4~5가마 분량의 쌀이 생산되나 북한은 2∼3가마가 생산된다. 북한은 인구의 37%가 농업에 종사하나 남한은 4%의 농민이 쌀을 생산한다.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북한의 토지 생산성이 2020년 1㏊에 1450달러로 남한의 2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간 농민 1인당 노동생산성의 경우 1961년 남북한 모두 500달러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2020년 들어 북한은 남한(9063달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233달러를 기록했다. 북한 농업은 비농업적 요인인 일반경제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원유·원자재 생산 및 도입이 증가해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자재의 정상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좁은 논에 많은 모를 심는 밀식 재배 등 비과학적인 주체 농법을 폐기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 체계를 바꿔 농민들의 생산 인센티브를 보장해야 한다. 중국식 개인 책임 영농제라도 답습해야 한다.

김일성의 허울 좋은 식량정치(food politics)는 실패했다. 쌀밥과 고깃국에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 인민들을 살게 해주겠다는 김일성의 선전·선동은 역설적으로 남한에서 실현됐다. 쌀 등 주곡을 증산하고 밀과 콩, 옥수수 등 부족한 곡물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수출해서 획득한 외화로 수입하여 먹는 문제 해결에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 일부 자급 국가를 제외하고는 비교우위 원리에 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곡물을 수입한다. 남한의 경우 쌀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 보관 비용만 연간 300억원임을 감안할 때 김일성의 ‘쌀은 공산주의’란 담론은 허구였으며 쌀은 자본주의이며 민주주의란 명제가 타당하다.

올들어 북한은 63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는 돈 잔치다. 지난달 발사한 세계 최장 ICBM인 화성-17호는 거의 10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전체 미사일 발사 소요 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사이버 해킹으로 탈취한 돈을 쏟아부어 군사비에 충당하고 있으니 원가 계산이 무의미하다. 인민들의 식의주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자금으로 식량을 조달하지 않고 기상천외한 군사도발을 이어가는 신(新)물망초 전략은 김씨 백두혈통만의 생존전략이다.

둘째 딸을 데리고 나와 핵과 미사일을 참관하면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며 미래세대에도 핵을 보유하면 2500만 인민들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씨 일가와 권력층은 1호 물자라는 미명하에 유럽에서 각종 사치품을 수입하니 식의주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앙상한 얼굴의 소녀가 논밭에 떨어진 쭉정이라도 건지기 위해 들판을 헤매던 90년대 중반, 황장엽 노동당 전 비서는 당시 북한 정권이 무너질 지경이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모면했다고 필자에게 회고했다. 150만 명의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한 비극이 재연될지 우려되는 동지섣달 추운 겨울이다. 예고된 연말 전원회의에서는 핵과 미사일보다는 계묘년 새해 먹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논의하길 기대한다.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는 김정은의 상투적인 지적보다는 덩샤오핑식의 과감한 농업개혁 없이는 미래세대는 존재할 수 없다. 군사안보보다 중요한 게 식량안보다. 미래세대에 필요한 것은 핵이 아니라 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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