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정”이라며 “사회주의 미덕”을 강조했다. 사진은 90세 생일을 맞은 인민군 노병 김초심(가운데)씨를 축하해주는 제자들의 모습이라며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북한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정”이라며 “사회주의 미덕”을 강조했다. 사진은 90세 생일을 맞은 인민군 노병 김초심(가운데)씨를 축하해주는 제자들의 모습이라며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북한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주민들에게 올 연말까지 한국식·외국식 이름을 ‘혁명적’인 이름으로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8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한 북한 주민은 “요즘 당국이 주민들에게 ‘사상성’이 없는 주민들의 이름을 사법기관에 찾아가 바꾸라고 지시했다”며 “개인의 이름을 국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바꾸라고 강제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달부터 인민반별 주민회의에서 ‘받침이 없는 이름을 전부 고치라’는 통보가 연속적으로 내려지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받침이 없이 지은 이름들은 다 정치적 내용을 담아서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북한에서 ‘충성’과 ‘일심단결’에서 따온 ‘일심’ ‘충심’, ‘충성’과 ‘총폭탄’ ‘결사옹위’에서 따온 ‘총일’ ‘폭일’ ‘탄일’ 등을 이름으로 많이 썼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주민들의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아리’ ‘소라’ ‘수미’ ‘가희’ 등을 이름으로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받침 없이 단순하게 지은”이름에 대해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적이며 사대주의적”이라며 이름을 고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자식들 이름조차 마음대로 짓지 못하게 하는 당국의 지시에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이 ‘시대의 요구대로 이름을 지으라고 강요하는데, 그러면 굶주리고 억압받는 현 시대를 반영해 아이들의 이름을 지으라는 것이냐’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RFA는 전했다.

RFA에 따르면, 양강도의 다른 주민도 “당국이 정치적 고려 없이 지은 이름에 벌금을 물리겠다며 당장 고치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반사회주의식 이름을 즉시 바꾸라는 지시는 지난 10월부터 매번 주민회의 때마다 강조되고 있다”며 “퇴폐적인 서양 문화, 양키 문화의 복사판인 괴뢰(한국)식 말투를 쓰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멀쩡한 이름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계속해서 하달되고 있다”고 했다.

이 주민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름 하나라도 집단주의에 기초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본성적 요구와 정치적 고려 없이 짓는 것은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반당적 행위”라고 강조하고, 이름을 ‘한국식’ 또는 ‘외국식’으로 짓는 것에 대해 “사대주의 사상을 우리 내부에 퍼뜨리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이기에 처벌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주민은 “이름을 끝내 바꾸지 않을 경우 실제로 벌금을 물릴지, 벌금이 얼마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인간이 기계 부품도, 가축도 아닌 다음에야 어찌 제 이름 하나 마음대로 지을 수 없게 하느냐’며 당국의 횡포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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