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회 대표단 올렉산드르 코르니엔코 부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우크라이나 의회 대표단 올렉산드르 코르니엔코 부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어제도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집집마다 식수를 쟁여 놓고, 보조배터리나 휴대용 발전기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4일 우크라이나 의회(라다)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올렉산드르 코르니엔코(38) 라다 부의장은 “21세기 현대 도시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전날인 23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67발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코르니엔코 부의장은 이날 국회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총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고, 이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면서 “다가오는 겨울,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존을 위해 휴대용 난방기나 발전기, 에너지 저장 장비들을 지원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럽 200여 개 대도시도 우크라이나의 병원·학교·대피소·상수도 시설 등에 발전기와 변압기를 기부하는 공동 캠페인 ‘희망의 발전기’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량의 포탄을 비밀리에 공급하고 있다는 관측과 관련,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북·러 간 모종의 군사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르니엔코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국립공과대에서 화학 기술·공학 석사를 마치고 청년 신문 기자·경영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수도 키이우가 고향인 그는 “개전 초에는 10㎞ 떨어진 곳까지 러시아군이 들이닥쳤고, 부모님이 사시는 키이우 근처의 마을에도 러시아군이 주둔한 적이 있었다”면서 “전쟁은 나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 9개월이 됐다. 코르니엔코 부의장은 “계엄령이 내려진 국가는 경제나 사회도 평시와 다르게 움직인다”면서 “의회에선 전시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노동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군 예산을 5배로 늘렸다”고 했다.

최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제기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러시아 측은 평화 협상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은 1991년의 국경 기준으로 러시아군이 우리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군 철수, 식량 안보 등 10대 협상 조건을 제시했는데, 러시아는 조건 하나당 열 발씩 미사일을 쏘는 형국입니다.”

그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수천 개의 학교와 병원이 파괴됐다”면서 “전후 재건을 위해 에스토니아·독일·프랑스·폴란드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특히 지토미르 지역에서 인프라 시설 건립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도 병원·학교 등 긴급 복구를 위해 논의하고 있으며, 한국과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