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김 총비서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김정은 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뉴스1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김 총비서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딸과 함께 발사 현장을 찾은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김정은 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뉴스1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090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알려진 화성-17형 발사장에 처음으로 딸을 데리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김정은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랬을까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화성-17형, 미 본토 전역 넘는 타격능력 가져

먼저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화성-17형 ICBM의 전략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지요. 합참은 화성-17형이 “비행 거리는 약 1000㎞, 고도는 약 6100㎞, 속도는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고 밝혔는데요, 북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00㎞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습니다. 1시간이 넘는 69분 동안 비행했습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됐는데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될 경우 1만5000㎞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에서 1만3000㎞면 뉴욕 등 동부지역까지, 즉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데 화성-17형은 그것보다 2000㎞ 이상을 더 날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긴 비행 능력이 필요했을까요? 이는 화성-15형 ICBM보다 무겁고 강력한 탄두로 미 본토를 타격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미 요격망 회피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알려진 '화성-17형'이 북한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알려진 '화성-17형'이 북한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미 요격망 회피는 미 요격미사일 배치 위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은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의 경우 주로 알래스카에 배치돼 있고 일부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배치돼 있습니다.

◇ “화성-17형, 미 요격망 피해 남쪽으로 우회해 타격 가능”

적국의 ICBM이 최단거리로 날아오려면 북극권을 넘어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그런데 사거리가 길어지면 북극권이 아니라 미 요격망을 피해 남쪽으로 돌아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겠지요. 러시아가 극초음속 활공탄두를 장착했다고 자랑하는 최신형 사르마트 ICBM이 대표적인데요, 사거리가 무려 1만8000㎞에 달하다보니 러시아는 사르마트가 남미 대륙쪽으로 내려갔다가 요격미사일이 없는 미 남부쪽으로 돌아 올라와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지요.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사거리 1만5000㎞인 화성-17형의 경우 북극 방향을 향해 발사하지 않고 그 아래쪽 방향으로 쏠 수 있다”며 “알래스카 등에 집중된 미국 미사일방어(MD)망을 회피하려 북한이 개발한 ICBM”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화성-17형은 아직까지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ICBM은 대기권 재진입 때 7000~8000도의 엄청난 고열을 견뎌야 하는데 고각으로 쏘면 정상 각도보다 재진입시 고열이 덜 발생하지요. 각도 조절에 실패하면 재진입시 튕겨 나가거나 타버리기도 합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가 19일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재전개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B-1B의 한반도 재전개는 전날 북 화성-17형 ICBM 발사에 대응해 이뤄졌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가 19일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재전개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B-1B의 한반도 재전개는 전날 북 화성-17형 ICBM 발사에 대응해 이뤄졌다.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이 재진입 시험에 성공하고 미 요격망을 우회해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개발에 완전히 성공한다면 한·미 북핵 대응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미국은 확장억제 강화를 공언하고 있고 아직까지 나름 열심히 성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 요격망을 회피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서울을 위해 워싱턴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온갖 미 전략자산 출동으로도 북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저지 못해

그렇지 않아도 미 전략자산 출동을 통한 확장억제는 김정은의 핵폭주를 저지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못해온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핵추진 항모 전단, 핵추진 잠수함 등 온갖 전략자산들을 출동시켜 대북 무력시위를 해왔지만 김정은과 북한은 뚜벅뚜벅 자신의 목표을 달성해왔고 이제 ‘괴물 ICBM’ 완전 성공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어제(19일)도 미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한반도에 다시 출동해 우리 공군 전투기들과 연합 무력시위를 벌였고, 그저께는 우리 공군 F-35 스텔스기가 처음으로 모의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정밀유도폭탄으로 때려부수는 무력시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김정은의 핵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듯합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대북 무력시위는 분명히 필요한 일입니다만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말씀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화성-17형 발사준비 장면들./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화성-17형 발사준비 장면들./뉴스1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처음으로 어린 딸을 데리고 ICBM 발사장에 등장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 심장합니다. “핵무기 운용 안정성을 과시하려 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핵무기 고도화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등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고 다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어린 딸 세대까지) 대를 이어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ICBM 발사장 딸 대동한 것은 대 이어 핵강국 만들겠다는 의지 과시한 것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후대를 위해 핵무기를 양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우리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어린 딸까지 만천하에 공개한 김정은은 비핵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계속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확장억제 의지 과시 등을 위해 미 전략자산 출동을 통한 대북 무력시위는 필요한 일이지만 실제 북핵 고도화를 저지하는 데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핵무장 잠재력 확보, 4축 체계 등 추진 필요

그러면 우리가 택해야 할, 아니 택할 수밖에 없는 길은 명확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최근 핵무장 잠재력이라도 확보하자는 ‘무궁화 계획’(가칭) 추진과 한국형 3축 체계에 사이버전자전 등 ‘소프트 킬’(Sotf Kill)을 대폭 강화한 ‘4축 체계’ 구축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