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리설주 쏙 빼닮은 딸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손을 흔들며 지시를 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리설주 부부 사이에 이날 처음 공개된 김정은의 딸이 서있다. 오른쪽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화성-17형 발사 장면으로 김정은은 이날 “우리 당과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TV·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리설주 쏙 빼닮은 딸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손을 흔들며 지시를 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리설주 부부 사이에 이날 처음 공개된 김정은의 딸이 서있다. 오른쪽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화성-17형 발사 장면으로 김정은은 이날 “우리 당과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TV·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의 전날 발사를 ‘성공’이라고 주장하며 김정은과 리설주 부부를 빼닮은 딸을 처음 공개했다. 김씨 일가가 10살 남짓으로 보이는 자녀를 일찌감치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다. 노동신문은 20일 “행성(지구) 최강의 ICBM 보유국”이라며 “후대들의 꿈을 위해 핵병기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첨단 핵 전력을 4대 세습하겠다는 뜻”이라며 “어떤 압박에도 핵 포기는 없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화성-17형 발사를 ‘성공’이라고 전하며 “(김정은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나오시어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겨울 외투, 검은색 바지 차림에 붉은색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가 김정은 손을 잡고 화성-17형 옆을 걷거나 미사일을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발사 성공 소식에 눈물 흘리는 김여정과 두 손을 마주잡고 기뻐하는 리설주 모습도 공개됐다. 김씨 일가가 전부 나서 환호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김정은이 화성-17형 성공과 딸 사진을 같이 공개한 것과 관련,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가까운 장래에 핵 개발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걸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김정은이 자녀들에게 물려줄 북한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 핵과 ICBM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핵 세습을 공식화한 셈”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2018년 3월 방북한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지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비핵화를 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핵 선제 공격을 법제화한 데 이어 ICBM 발사장에 어린 딸까지 데리고 나오며 2018년 벌였던 ‘비핵화 사기극’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은 화성-17형 발사를 참관한 뒤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남조선 등이 군사적 허세를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은 이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도 처음 언급했다. ICBM 발사 부대를 별도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북한은 미사일 여단을 13개 운용 중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정은과 리설주는 2009년 결혼해 2010년 아들과 2012년 무렵 딸, 2020년 무렵 딸을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1남 2녀를 둔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에 사진이 공개된 딸은 2012년쯤 낳은 딸로 보인다. 2013년 미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김정은 초청으로 방북하고 나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Ju-ae)를 안았다”고 했다. ICBM과 함께 공개된 딸은 ‘김주애’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딸의 이름이나 나이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장남과 관련, 북한군 간부 출신 탈북민은 “해외에서 북한 최고위층 자제를 호위한 적이 있다”며 “그가 말하길 두 자녀의 이름은 ‘주은과 주애’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딸이 주애라면 주은은 아들이 된다. 정보 소식통은 “김주애와 달리 김정은 장남의 행적은 평양에서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 유학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도 10대 때 스위스에서 유학했었다.

김정은의 자녀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김씨 일가의 자녀가 일찍 공개된 전례도 없다. 신변 안전과 후계 권력 등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후계자로 내정된 20대 중반에서야 처음 공개됐다. 그런데 김정은은 지난달 정권의 인재 기반인 중앙간부학교에서 핵을 강조하며 ‘후사’라는 말을 처음 썼다. “50년, 100년, 몇 백 년의 후사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당 일꾼을 키워내라”고 한 것이다. 후사(後嗣)란 대를 잇는 자식이란 뜻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ICBM 성공에서 비롯된 체제 자신감을 과시하는 데 어린 딸을 처음 등장시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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