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 지난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솟아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 지난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솟아오르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미국 전역을 핵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ICBM의 고각 발사에 성공한 뒤 연일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 전략무기들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라”고 지시했다. ICBM 최종 완성을 위해 남은 것은 탄두 대기권 재진입 시험이다. 조만간 북은 화성-17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5000~6000㎞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뜨릴 것이다. 이것마저 성공하면 북은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무력화할 ‘게임 체인저’를 손에 넣게 된다.

지금 북의 핵 폭주는 2017년을 연상시킨다. 5년 전 북은 ICBM을 3차례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다 화성-15형 ICBM 발사에 성공한 뒤 “핵무력을 완성했다”며 2018년 초 돌연 평화 공세로 돌아섰다. 핵을 보유한 채로 제재를 해제하려는 핵군축 시도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호응하는 듯하다 결국 노딜을 택했다. 북의 핵 능력이 아직 미 본토를 타격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을 것이다. 지금은 다르다. 북이 화성-17형을 최종 완성한 뒤 핵군축을 제안할 경우 이번에도 미국이 거절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 얼마 전 미 국무부 차관은 “군축도 선택지”라고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미 조야에 많아지고 있다.

미·북 간 핵군축이 논의되는 상황은 한국에 재앙이다. 북은 핵으로 한국을 깔고 앉으려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존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다. 미국은 핵우산과 연합훈련의 강화, 추가 제재를 말하지만 이는 한국이 맞닥뜨린 실존적 위협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북핵의 효용을 ‘0′으로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한국이 핵을 갖는 것이다. 핵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서다.

정치권 일각에서 미국 전술핵의 공유 또는 재반입, 자체 핵무장 주장까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비확산을 중시하는 미국이 수락하긴 어렵겠지만 계속 두드려야 한다. 얼마 전 미 외교협회 주최 포럼에서 미국 전직 관료들이 “미국이 한국의 우려와 좌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전술핵 옵션에 대해 토론·연구하는 것 자체가 북·중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다. 한미가 전술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해야 북의 셈법이 달라지고 북핵을 비호하는 중국의 태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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