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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반인권 범죄와 싸운 경험 살려 北 주민 고통 덜 것”
뉴욕=정시행 특파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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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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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9월 방한 당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살몬은 2004년부터 18년째 운영 중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중 네 번째이자 첫 여성 보고관이다.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9월 방한 당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살몬은 2004년부터 18년째 운영 중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중 네 번째이자 첫 여성 보고관이다. /연합뉴스

“지난 반세기간 페루를 비롯한 남미에서 광범위한 반인권 범죄가 저질러져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사회가 분열됐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추구하며 배상까지 한 선례도 남겼지요. 이런 역사적 경험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엘리자베스 살몬(56) 보고관은 16일(현지 시각)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루 최고 명문대인 가톨릭대 법대 교수이자 인권·민주주의·법치 전문가인 살몬은 “남미와 북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국제사회의 긴박한 관여가 필요할 정도의 대규모 인권유린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점은 같다”며 “진실과 정의, 배상이 훗날 북한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페루의 아부쿠초 지방에서 1980년대 맹위를 떨쳤던 공산당 게릴라 무장 단체 '빛나는 길'에 가담했다가 사살된 69명의 유해를 발굴해 장례를 치러주고 있다. 페루 군부독재에 저항한다며 설립된 '빛나는 길'은 20여 년간 총 7만명을 살해해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월 페루의 아부쿠초 지방에서 1980년대 맹위를 떨쳤던 공산당 게릴라 무장 단체 '빛나는 길'에 가담했다가 사살된 69명의 유해를 발굴해 장례를 치러주고 있다. 페루 군부독재에 저항한다며 설립된 '빛나는 길'은 20여 년간 총 7만명을 살해해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반도의 대척점에 있는 페루에선 마오쩌둥주의를 숭배하는 공산당 분파 게릴라 단체 ‘빛나는 길(Shining Path)’이 1980년대 등장, 반정부 투쟁을 벌이며 20년간 7만여 명을 학살했다. 아직까지도 희생자 유해 발굴과 정부 차원의 대규모 배상, 관련자 처벌이 진행 중이다. 살몬 보고관은 “대학 시절 ‘빛나는 길’ 사태를 보고 충격에 빠져 인권법 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페루 정부 ‘진실과 화해위원회’ 법률자문과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희 의장 등을 지내면서 쌓은 자신의 전문성을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극단적 고통을 경감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10월 유엔총회 상호 대화에서 “인권 범죄에 대한 불처벌 관행을 끝내고 북한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형사 기소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그는 ‘김정은 개인을 기소해야 한다는 뜻인가’란 질문에 “과거든 현재에든 저질러진 모든 반인권 범죄의 책임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는 것이 항구적 평화의 첫째 요건”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든, 임시 국제 법정 같은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0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3위원회 회의에 첫 유엔 상호 대화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유엔 유튜브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0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3위원회 회의에 첫 유엔 상호 대화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유엔 유튜브

살몬은 역대 네 번째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인데,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직책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상당수가 여성”이라며 “내가 첫 여성 인권보고관이라는 점을 활용해 북한 여성 인권 문제가 더 조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방한 당시 서해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 가족을 만났다며 “이런 문제가 한국에서 정치화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철저히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유족을 위해 남김없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인권 책임을 묻는 것과 핵 위협 등을 줄이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는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할 게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며 “이것이 국제사회의 여러 주체가 북한 문제에 관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9월 방한 당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서해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살몬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씨의 가족, 특히 어린 자녀를 위해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9월 방한 당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서해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살몬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씨의 가족, 특히 어린 자녀를 위해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북한은 벌써부터 살몬 보고관을 ‘미국의 정치 시녀’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살몬은 이에 대해 웃으며 “나는 유엔이 임명한 독립적 전문가로,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으며 북한을 선입견 없이 보고 있다”며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방북 요청을 하고 있다. 조만간 북한 관료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살몬은 특히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선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탈북민 강제 송환 관행을 공개 지목하며 비판, 유엔 외교가에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살몬은 “지금도 중국에 탈북민이 2000여 명 억류돼있는데, 중국이 ‘탈북민에게는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북한 국경이 열리면 즉시 추방할 태세”라며 우려했다. 살몬은 향후 6년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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