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G20 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놓고 논의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G20 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놓고 논의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19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획기적인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우리 안보의 최대 현안인 북한 도발 억지를 위해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남북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했다.

대통령실은 회담 후 보도 자료에서 “양 정상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입각하여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한 핵 문제 등을 두고 ‘공동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시 주석은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 이익을 가지고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해 각자 기존 입장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전날 미·중 정상회담에서 거론한 ‘북한의 합리적 우려 해결’ 등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수년간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아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북핵 등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시 주석의 언급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열(오른쪽 사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각) G20(주요 20국) 정상회의가 개최된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3년 만이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사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각) G20(주요 20국) 정상회의가 개최된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3년 만이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경제 협력 문제와 관련, 시 주석은 15일 “양국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안보화(안보와 경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등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하는 움직임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중·한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높기 때문에 발전 전략의 연계를 추진해 양국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실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 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나가는 것”이라며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시 주석은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해 ‘다자주의’라는 말로 한국의 팔을 중국 쪽으로 당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3각 협력 기조 속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 시 주석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양국 협력을 모색하자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국과 가까워지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16일 중일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한중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12월 이후 3년 만에 성사된 이날 한중 정상회담은 시 주석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애도를 전하고 윤 대통령이 감사 뜻을 나타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발리 한 호텔에서 25분간 진행된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저와 시 주석은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면서 “이런 공감대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 통화와 서한으로 여러 차례 소통했는데, 이는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고 국제 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 관계가 있다”며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 간 플랫폼에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방한(訪韓) 문제에 대해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시 주석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이 코로나 상황을 거론하며 그동안 방한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양해를 구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후 시 주석이 한중 전략 소통 강화와 정치 신뢰를 증진, 한중 경제 상호 보완 발전을 언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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