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후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과거 미국 선거와 독립기념일 등 주요 정치 일정에 맞춰 도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미국 관심을 끌기 위해 미사일 도발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전투기 등 군용기도 출격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오후 3시 31분경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2022.11.09. /뉴시스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오후 3시 31분경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2022.11.09. /뉴시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후 3시 31분쯤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며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사일 비행거리는 290㎞, 고도는 30㎞, 속도는 마하 6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실시되던 지난 2∼5일 미사일 약 35발을 발사한 뒤 나흘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이다. 이날 우리 군은 북한 핵·미사일 및 전면전 위협에 대비한 지휘소연습(CPX)인 태극연습을 사흘째 진행 중이었고, 미국에선 중간선거 개표가 이뤄지고 있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태극연습을 두고 “컴퓨터 모의 훈련이지만 그 침략적, 공격적 성격과 위험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야외 실전 훈련이 없는데도 꼬투리를 잡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 2일 분단 이래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은 1980년대 북한이 구소련으로부터 도입한 SA-5 지대공미사일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당시 합참은 이 미사일의 비행 궤도 등을 분석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했었다. 미사일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북한이 구형 지대공미사일로 탄도미사일 도발 효과를 꾸며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 연합 공중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이 한미 전투기를 겨냥한 대공 미사일 도발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지난 2일 동해로 쏜 미사일 잔해물을 인양해 분석한 결과 SA-5 미사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군은 북한 미사일이 속초 앞바다에 떨어지자 주변을 수색해 길이 3m, 폭 2m의 잔해를 지난 6일 수거했다. 주 날개 4개와 액체 연료통, 엔진과 노즐 일부가 붙어 있는 동체를 인양한 것이다.

동체 잔해에는 러시아어가 곳곳에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동체 표면에 ‘산화제 배출구’ ‘시리얼 넘버’ ‘운반’ ‘보안’ 같은 뜻의 러시아어가 쓰여 있었다”면서 “내부 부품은 훼손돼 러시아어 표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한글 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 소련에서 개발한 무기를 다양하게 도입해 운용해 왔다”고 했다.

군은 “북한의 SA-5 발사는 계획적으로 의도된 도발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 2일 SA-5를 원래 용도인 지대공이 아닌 지대지로 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SA-5는 지대지미사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미사일”이라면서 “최근 러시아도 유사한 지대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대지미사일로 사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SA-5(S-200)는 1964년 옛 소련이 개발한 지대공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를 1980년대 도입해 사거리를 늘렸으며 유사시 한미 공군 전투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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