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리재일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사망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리재일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사망했다고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장기화로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퇴직한 북한 고위층도 물자를 공급 받지 못해 빈곤층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혁명선배에 대한 존경’을 강조하지만 일단 간부자리에서 은퇴하고 나면 ‘성(城) 쌓고 남은 돌’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던 리재일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은퇴 후 빈곤에 시달리다 김여정 부부장이 옛 상관을 배려해 물자를 공급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리재일은 2018년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물러난 직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선전부 고문의 직함을 가졌지만 중앙당 재정경리부에서 공급하는 물자공급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정·군 고위간부들에게 식량과 식자재, 생필품 등을 정기적으로 공급하는데 은퇴한 간부들은 여기서 제외된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리재일은 평양시 보통강구역 전승동에 위치한 선물아파트에 살았지만 퇴직금도 없고, 재직 기간 챙긴 뇌물도 없어 빈곤한 생활을 했다”며 “리재일의 딱한 사정을 보고 받은 김여정이 한때 상관이던 리재일에게 물자 공급을 해주라고 지시해 지난해 사망 때까지 특별공급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2014년 11월 당 핵심기구인 선전부 부부장에 기용돼 당시 제1부부장이던 리재일과 호흡을 맞췄다. 김여정이 선전부를 맡으면서 리재일을 포함해 선전부의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혁명화 처벌을 받기도 했다.

북한 간부들은 권력을 손에 쥐고 있을 때 노후 준비와 자녀들의 장래 문제 해결을 위해 뇌물을 받아왔지만 김정은이 최근 부정·부패 청산의 칼을 휘두르면서 뇌물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김정은이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간부들의 뇌물이나 부정청탁 등 부정부패 청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간부들이 예전처럼 뇌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하면 퇴직금도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탈북민 A씨는 “당 조직지도부 간부과나 당원등록과 등 인사를 담당한 실세부서의 간부들은 앉아서도 뇌물이 들어오지만 타 부서 간부들은 뇌물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고위급 탈북민 B씨는 “김정일·김정은의 측근으로 활동하던 간부도 은퇴하는 날부터 찬밥 신세”라며 “고위층에 있다가 은퇴한 친척의 집에 갔더니 한겨울에 냉방에서 전기도 없이 사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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