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2월 12일 청와대 관저에서 북한 김정은의 선물인 풍산개 곰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2월 12일 청와대 관저에서 북한 김정은의 선물인 풍산개 곰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청와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에게 선물받아 4년간 키워온 풍산개 두 마리를 8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내보냈다.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관한 근거 법령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파양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이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들은 이날 문 전 대통령 측 연락을 받고 만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의 인도 절차를 진행했다. 개들을 인도받은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들은 대구 경북대병원 산하 동물 병원에 개들을 맡겼다.

개들은 이 병원에서 수일간 검진받은 뒤 다른 위탁 기관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례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선물로 받은 동물은 대부분 서울대공원이 위탁받아 관리해왔다.

전날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입장문을 통해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 관리비 예산 지원’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5월 9일) 자신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과 협약을 체결, 개 관리비를 예산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대통령기록관이 당초 만든 예산 지원안(案)에 따르면, 사료비로 35만원, 의료비로 15만원, 사육·관리 용역비로 200만원씩 세금 총 250만원을 매달 지원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예산 지급에 후임 정부에서 의문이 제기되면서 후속 작업이 지연돼 왔다. ‘애정이 있어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그 정도 돈을 받는 위탁 관리라면 차라리 전문 기관에 맡기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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