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안보포럼이 4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개최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제의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있다./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한국국방안보포럼이 4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개최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제의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있다./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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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급격히 증대됨에 따라 한미 양국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수단(핵우산) 운용 연습’을 매년 개최하기로 하는 등 몇가지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 한미 국방장관 회담서 확장억제 실질적 강화 합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열린 SCM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처음으로 북한의 핵공격시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표현도 담겼습니다. 미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사실상 상시배치하는 수준으로 자주 출동시키는 데에도 합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미 대응의 허점을 파고 들며 계속 진화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독자적인 능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앤드루스(Andrews) 공군기지에서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를 배경으로 미 공군 조종사 등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앤드루스(Andrews) 공군기지에서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를 배경으로 미 공군 조종사 등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 독자 핵무장 등 핵무장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주최로 용산 육군회관에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습니다. 저도 이날 좌담회에 참석해 발표를 했는데요, 오늘은 이번 좌담회에서 제시된 전문가들 견해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현인택 전 장관, 북 완전한 비핵화 대신 완벽한 한반도 핵억지론 제기

이날 현인택 한국국방안보포럼 공동대표(전 통일부 장관)는 ‘한국의 새로운 전략 목표:한반도의 완벽한 핵억지’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는 현재 북한의 핵개발 상황과 김정은 정권의 본질을 볼 때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며 “새로운 전략 목표는 ‘한반도의 완벽한 핵억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현 대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수단-즉 대화(정상회담과 국제외교)와 제재-의 무효용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이것에 매몰된다면 한반도의 안보 현실과 우리의 안보 대응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생기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반도의 완벽한 핵억지’는 ‘의심할 바 없는 확실한 핵억지’가 제공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해서든, 한미 공조에 의해서든, 궁극적으로 한국의 독자적인 능력에 의해서든, 어떤 형태에 의해서라도 제공돼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저수지에서 발사한 소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과 '창의적 발사 방식'으로 킬 체인 등 3축 체계 한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저수지에서 발사한 소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과 '창의적 발사 방식'으로 킬 체인 등 3축 체계 한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현 대표는 이어 “지금은 ‘의심할 바 없는 확실한 핵억지’가 제공되기 위한 모든 핵억지 옵션을 테이블 위에 놓고 숙고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며 “한국 안보의 새로운 목표를 위해 우리는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전략 플랜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해외 미군기지에 우리 F-35 배치 등 확장억제 강화 위한 5가지 제안

이어 좌담회 좌장을 맡은 홍규덕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확장억제 강화 및 효율화를 중심으로 10개 옵션을 제시했는데요, ①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 ②미 핵전력자산 상시 순환배치 ③나토식 핵공유에 기반한 한국형 핵공유 ④한국의 비(非)핵전략자산 강화 ⑤핵 잠재력 강화 ⑥북한 핵사용에 대비한 한미 작계 수정 ⑦한미일 MD(미사일방어) 통합 ⑧핵사용에 대비한 범정부 훈련 ⑨핵 민방위 강화 ⑩AI,인공위성,유무인 복합체계, 3축 체계 고도화 등 과학기술 동원한 대응전략 강화 등입니다.

홍교수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5가지 제안도 했는데요, ①재래식 억제전략 일환으로 국외 미군기지에 F-35 스텔스기 등 한국 자산 일부를 배치하는 것 ②위기고조시 미 미중능력전투기에 의한 저위력 핵무기가 반입될 수 있도록 국내 인프라 투자 ③미국이 역내 저위력 핵탄두 탑재 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상시 배치하는 전략에 적합한 한국의 역할 모색 ④ 핵억제 실패에 대비한 한미 교류 및 연합 평가 ⑤ 호주,일본,영국,프랑스 등과 핵우산 보장에 대한 ‘다자 컨소시엄’ 필요성 검토 등입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주최로 4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국방부 영내)에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한국국방안보포럼 주최로 4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국방부 영내)에서 ‘북핵 대응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나토식 핵공유를 모델로 한 5단계 핵공유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0단계로 나토식 핵공유를 공론화하고 1단계로 EDSCG(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통해 한미 핵공유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입니다. 이어 2단계로 나토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한미 장관급 핵기획그룹 창설, 3단계로 사용 절차, 보관, 장착훈련, 비용 등에 대한 한미 양자협정 체결, 4단계로 전용 저장고(WS3) 건설, 전술핵무기 이동, 장착훈련 등의 단계를 밟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회담도 유도해야 한다고 김 실장은 말했습니다.

◇ 미 묵인 하 단계적 독자 핵무장 추진론도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옵션:필요성과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독자적 핵무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단계로 한국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생존과 안보를 위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고, 2단계로 북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즉각 NPT 탈퇴를 선언하고 6개월내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한국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이어 3단계로 북한이 6개월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하에 미국이 묵인할 때 핵무장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정 센터장을 강조했습니다. 4단계로 한국의 핵무장이 완료되면 북한과의 핵 감축 협상을 통해 남북 모두 핵무기 보유량을 10개 이하로 줄이는 ‘준비핵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좀 색다른 주장을 폈는데요, 1980년대 미소 냉전 시절 미국이 ‘별들의 전쟁’으로 불린 SDI(전략방위구상) 등을 통해 구 소련의 국력을 소모, 붕괴에 이르게 했듯이 북한의 무기와 국방비 등을 소진케 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습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전략핵,전술핵 등 투발수단 다종화, 수량 증대 및 현대화를 반복해 가는 과정에서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의 방어 취약성을 가져오고 있다”며 “북한의 대응력 분산에 초점을 맟춘 군사력 운영과 무기 개발과 속도전, 정보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부와 군, 확장억제 및 한국형 3축 체계 강화에만 집착하지 말아야

마지막 발표를 맡은 저는 그동안 몇차례 뉴스레터를 통해 말씀드렸다시피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무궁화 계획’과, 기존 3축 체계에 사이버 전자전을 대폭 강화해 1축을 추가한 ‘4축 체계’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때마다 확장억제 및 한국형 3축 체계 강화를 되뇌이고 있는데요, 물론 현실적인 한계에 따른 것이겠지만 너무 여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 같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고 봅니다.

P.S. 평소 밀리터리 시크릿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선일보에서 이번에 좋은 기사를 공유하면서 조선일보 앱도 확장하는 대회를 하고 있어 저도 조직의 일원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링크(https://chosun.app.link/bemil)를 스마트폰에서 열어서 클릭해 주시면 제 실적이 된다고 합니다. 보다 좋은 글로 회원님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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