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공중 연합 훈련 ‘비질런트 스톰’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동림은 중국 단둥에서 20여㎞ 거리다. 미사일 4발도 모두 고도 약 20㎞로 낮게 날았다. 원점 타격이 까다로운 중국 접경 지역에서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을 서해로 쏜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SRBM 4발은 모두 마하 5(음속 5배) 속도로 약 130㎞를 고도 20㎞로 날아갔다. 동림에서 미사일 발사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이 향한 곳은 북·중 국경 인근 서해로 중국 어선이 몰리는 구역이다. 이에 이번 발사가 중국과 사전에 조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된 비질런트 스톰 훈련 기간에 미사일 30여 발, 포 160여 발을 쐈다. 동·서해와 내륙에서 전방위적 시위성 비행도 벌였다. 북한이 단기간 이렇게 집중적인 미사일·공중 도발을 벌인 것은 분단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미사일 기종과 발사 장소 및 비행 거리를 바꿔가며 도발한 점도 주목된다. 미사일 기종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으로 다양했고, 발사 장소도 피현, 정주, 화진, 순안, 개천, 신포, 곡산, 원산 등으로 전역을 돌았다. 이동식 발사대(TEL)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곳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섞어 발사할 경우 현 우리 방공망으로는 모두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날 전략폭격기 B-1B 2대를 괌에서 한반도로 보내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투입했다. B-1B가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이다. 최근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7차 핵실험 징후를 보이는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B-1B는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F-35A 4대, 미국 F-16 4대와 연합 훈련을 했다. 이후 B-1B는 별도로 규슈 서북부 동중국해에서 일본 전투기와 훈련을 같이 했다. B-1B를 중간 고리로 사실상 ‘한·미·일 공중 훈련’이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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