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韓美)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해 북한 핵 도발 시 한반도에 출격할 미 공군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와 B-52를 시찰했다. 두 장관이 동시에 미 전략자산을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한국시각으로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7차 핵실험을 향해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한미 군 당국 최고 지휘관이 공동으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알링턴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개최한 제54차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헬기를 타고 앤드루스 기지를 찾았다. 기지에는 ‘하늘의 요새’라 불리는 전략폭격기 B-52 1대와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1대가 100m가량 떨어져 배치돼 있었다.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헬기에서 내려 먼저 헬기 왼쪽에 세워진 B-52로 향하자 미 공군 조종사 8명이 일제히 경례를 했다. 이 장관은 폭격기 선임 조종사로부터 B-52의 능력과 작전운용 능력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장관이 오스틴 장관과 함께 폭격기의 핵탄두 미사일 장착 부분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어 두 장관은 다른 편에 세워진 B-1B로 향해 브리핑을 받았다. 이 장관은 오스틴 장관과 함께 몸체 길이 44.5m, 날개 길이 42m인 B-1B 전체를 둘러보며 곳곳을 살펴보고 역시 미사일 투하 부분을 확인했다. 두 장관은 이 기지에서만 1시간 넘게 머무르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장관은 폭격기 조종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다.
국방부는 이날 두 장관의 미 전략자산 동반 방문에 대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철통 같은 확장억제 공약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명확하게 알려 드리기 위한 목적으로 유례없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핵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강력한 대응을 할 것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데 빈틈없이 공조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오늘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을 양국 장관이 함께 시찰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이는 대한민국이 위협을 받을 때는 언제라도 미국의 확장억제가 작동할 것이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발을 일삼고 있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