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휘, 참관하는 모습.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휘, 참관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25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하루 쏜 양으론 역대 최다다. 이 중 한 발은 원산에서 울릉도 방향으로 발사돼 동해 NLL(북방한계선) 남쪽 26km 공해상에 떨어졌다. 속초에서 57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6·2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상 우리 영토를 침범한 것이나 다름없다. 울릉도에는 요격 미사일도 없다.

북한 군부 1인자는 도발 직전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을 비난하며 “특수한 수단들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며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곧바로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동해 완충 구역에 100여 발의 포격을 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최근 북 도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방식도 새로워지고 있다. 북은 지난 9월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을 겨냥한 듯 같은 거리만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4일엔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 쪽으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투기 150대를 한꺼번에 띄우고 동·서해 완충 지대로 수백 발의 포격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한 상선이 백령도 부근 NLL을 고의적으로 침범한 뒤 10여 발의 방사포를 쐈다.

북은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방식의 도발로 우리를 흔들어 놓으려 할 것이다. 우리 상공을 직접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나라 전체에 공습 경보가 울리고 국민들이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백령도나 연평도를 넘기는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 김정은은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불안, 분열, 혼란을 일으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북은 조만간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BC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핵실험은 종전과 같은 방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ICBM 발사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은 이날 북 도발에 대응해 공대지 미사일 3발을 NLL 북쪽 해상으로 발사했다. 하지만 북이 도발을 멈출 리 없다. 북이 도발 수위를 점점 높여갈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처럼 북한에 허를 찔려 허둥지둥해선 안 된다. 북이 이럴 수 있는 것은 핵 보유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다. 아무리 도발해도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우리 안보의 이 구조적이고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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