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102기갑여단 장병들이 2020년 5월 고(故) 장기수 일병의 유해를 발굴하여 약식 제례를 지내고 있다. /국방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102기갑여단 장병들이 2020년 5월 고(故) 장기수 일병의 유해를 발굴하여 약식 제례를 지내고 있다. /국방부

6·25전쟁에서 최선봉으로 38선을 돌파하다 전사한 병사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고인의 오른쪽 정강이뼈 하나지만, 찾는 데만 70년, 이후 유전자 검사로 신원을 확인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72년 만의 귀환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8일 “강원도 양양군 가라피리에서 지난 2020년 발굴한 유해의 신원이 국군 3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던 고(故) 장기수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고인의 아들은 “국가가 할 일을 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고인은 경북 안동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다가 1944년 결혼,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전쟁이 발발하자 영천으로 피난을 떠난 고인은 1950년 8월 대구 소재 제1훈련소를 통해 입대하고 3사단에 배치됐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선을 낙동강에서 38선까지 회복한 국군은 10월 1일 38선을 돌파하며 북진 작전을 개시했다.

고인이 속했던 3사단은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후 방어 작전 중이던 북한군 5사단을 격파했고 양양을 점령하면서 ‘38선~원산 외곽선 진격 작전’에 성공했지만, 고인은 작전 중 전사했다.

고인은 오른쪽 정강이뼈 하나로 70년 만에 돌아왔다. 2년 전 발굴 당시 30㎝ 깊이에서 나온 뼈 1점은 풍화 작용으로 생물학적 특성 확인이 어려웠으나 이후 정밀 감정과 유전자 검사로 유가족을 특정했다. 고인을 전쟁터로 보낸 후에도 시부모를 모시고 자녀들을 키우며 남편이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평생을 기다렸던 배우자는 2018년 91세를 일기로 작고했다고 한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내달 3일 경북 안동 유가족 자택에서 있을 예정이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2000년 4월 시작됐고 지금까지 전사자 19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