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주한EU대표부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주한EU대표부

“이란과 협상 결과는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경우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27일 한-유럽연합(EU) 고위급 정치 회담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엔리케 모라 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서울 중구 EU 대표부 대사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EU 대외관계청은 EU의 외무부 격이다. 모라 사무차장은 1988년 스페인 외교관으로 첫 경력을 시작해 2020년 사무차장 자리에 임명됐다.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오른팔’로도 불린다. 작년 4월부터 진행된 미-이란 핵합의 복원 회의 의장을 맡아 중재하고 있다.

모라 사무차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 “이란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 해도 EU의 입장은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으로 일관되고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EU는 북한과 자체적 대화 통로를 계속해서 열어두고 있다”며 “북한이 무기를 버리고 완전히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궁극적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쓰지 않도록 억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평화적인 수단으로만 가능하다. 다른 대안은 생각할 수 없다”고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안한 국제 정세에서 EU 27국이 한목소리를 내게 하는 힘으로 그는 “가치 공유”를 꼽았다. EU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등 가치 기반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핵을 갖고 있고, 유엔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러시아같이 거대한 나라가 국제 사회의 모든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을 봤다”며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았고, 우리의 공통 가치가 침해됐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 같은 지지가 가능했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감사한다는 뜻을 표했다.

모라 사무차장의 한국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1박2일의 짧은 일정 동안 그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기웅 통일부 차관 등과 회담을 갖는다.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할 예정이다. 모라 사무차장은 “특히 내년 한-EU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양쪽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 북핵, 이란 문제 외에도 인도태평양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협력할 정책 의제가 많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