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에서 바라본 북한 장산곶. /뉴스1
 
백령도에서 바라본 북한 장산곶. /뉴스1

북한 상선 무포호가 24일 새벽 서해 NLL을 3.3㎞ 침범했다. 침범한 북 상선은 1991년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가다 적발된 선박과 이름이 같다. 말만 상선이지 북한 군용 수송선이다. 이 배는 우리 군의 두 차례 경고 통신을 무시한 채 40여 분간 우리 해역 내에 머무르다 해군 호위함의 기관총 경고 사격을 받은 뒤에야 항로를 바꿨다. 두 선박 사이의 거리가 1㎞까지 좁혀졌다. 50여 분 뒤에는 NLL 북쪽 해상 완충 구역으로 북한군 방사포탄 10발이 쏟아졌다. 백령도 부근에서 새벽 3시 42분부터 약 1시간 30분간 벌어진 일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KF-16 전투기가 출격하고 해병대 전력도 움직였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남측이 해상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

이날 북의 도발은 계획된 일정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북은 잇단 탄도 미사일 도발에 이어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8차례에 걸쳐 방사포 900여 발을 동·서해 해상 완충 구역에 발사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그러나 이 정도 도발은 긴장 고조용이자 분위기 조성 차원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가장 신경 쓴 것은 중국 시진핑 3연임 당 대회였다. 중국 공산당 대회 기간 중에 말썽을 원치 않는 중국 눈치를 보면서 도발 수위를 조절하다 대회가 끝나자 5년 9개월 만에 서해 NLL을 침범했다.

북은 이제 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7차 핵실험을 동시 다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핵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제는 북이 지금 당장 이 같은 대형 전략 도발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모두가 우려하듯이 성동격서식 도발로 우리의 허를 찌를 가능성도 상존한다.

군은 이날부터 3박 4일간 서해에서 육·해·공군과 해경이 참가하는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 미군 전력도 일부 참가한다. 이미 예고된 훈련이지만 북은 이를 전략 도발의 핑계로 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미는 북의 핵실험을 단념시키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되, 강행 시엔 이것이 지난 6차례 핵실험에 이은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을 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고 그동안과는 차원이 다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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