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연합뉴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연합뉴스

서해 피격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의 첫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21일 고(故) 이대준씨의 10살 딸이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벌을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씨의 유족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구속영장 발부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3학년인 이씨의 딸이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쓴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씨의 딸은 “저희 아빠는 출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고, 저를 데리고 공원에서 놀아주시는 자상한 아빠”라며 “잠잘 때는 팔베개도 해주시고 제가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도 불러주셨는데 이제는 이런 아빠를 만날 수 없어서 슬프다”고 했다.

이씨의 딸은 어린 나이 탓에 아버지가 오랜 출장을 간 줄 알고 있었으며 얼마 전에야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뉴스에서 아빠가 북한으로 혼자 갔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알게 되어 많이 힘들었다”며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빠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믿었다. 우리 아빠는 저를 엄청나게 사랑하셔서 가족을 버리고 혼자 북한으로 가실 분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이씨의 딸은 “왜 우리 아빠에게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억울했고 아빠를 구해주지 않은 사람들은 너무 미웠다”며 “판사님, 제게서 아빠를 빼앗아 가고 나쁜 사람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벌을 주세요”라고 했다. 이어 “그래야 아빠가 하늘에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우리 아빠는 나를 위해 일하고 사고로 돌아가신 훌륭한 분”이라며 “저는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 역시 구속촉구 성명서에서 “서욱 전 국방장관은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사명과 책임자로서 직무를 유기하고 은폐를 지시하는 등 다수의 사람들과 공모한 범죄의 사실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이 명백히 존재하지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 이번 만행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 이런 못된 사례가 남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 서 전 장관은 공용전자기록 손상, 김 전 청장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피살된 이씨가 표류한 정황을 보여주는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 ‘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조작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증거를 은폐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두 사람의 태도와 행적, 조사 중인 주요 관련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신속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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