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 당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한 윤성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가 ‘월북 증거’를 날조해 이씨가 자진해서 북한으로 넘어간 것처럼 꾸며 이를 발표하는 등 ‘월북 몰이’를 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이 ‘월북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5개 기관의 20명을 수사요청했는데, 이 중에 윤성현 청장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29일, 당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9월 29일, 당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 청장은 2020년 9월 29일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 신분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조사 결과 실종자(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가 발표했었다. 그는 이 발표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 증거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씨가 실종된 어업지도선에서 발견된 슬리퍼와 그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 군에 의해 발견됐을 당시 입고 있었던 구명조끼였다.

윤 청장은 “(이씨가 실종된)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船尾)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는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씨가 수영에 방해가 되는 슬리퍼를 배 위에 벗어놓고 바다에 뛰어들어 월북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해경은 이 슬리퍼가 이씨의 것이라는 증거나 진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배 위의 슬리퍼는 이대준씨의 것’이라고 하달한 허위 지침을 해경이 확인도 하지 않고 이씨의 월북 근거로 발표했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다.

또 윤 청장은 “특히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발표했었다. 이씨가 처음부터 구명조끼를 입은 채 작정하고 월북을 했다는 뜻이었다. 이 역시 청와대 안보실이 하달한 허위 지침을 그대로 발표한 것이었다. 안보실은 ‘이씨가 어업지도선에서 혼자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근거 없는 내용을 해경에 발표하라고 지시했고 해경은 이를 그대로 따랐다고 감사원은 발표했었다.

2020년 9월 29일 당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가운데)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9월 29일 당시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가운데)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청장은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로 감사원 조사를 받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감사원 조사 때 “당시 해경청장 등이 발표를 하라고 해서 그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복수의 경로를 통해 윤 청장에게 연락을 했으나 그는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해경은 “윤 청장이 휴가를 냈다. 전화를 안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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