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6월 20일 미 전략 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같은 해 9월 미 공군의 조기경보 통제기 E-3B가 경기도 오산 공군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포격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은 19일 B-1B 랜서 4대를 괌에 전진 배치했고, 한반도 서해 상공에 E-3B를 띄웠다. /공군·연합뉴스
 
지난 2017년 6월 20일 미 전략 폭격기 B-1B 랜서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같은 해 9월 미 공군의 조기경보 통제기 E-3B가 경기도 오산 공군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포격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은 19일 B-1B 랜서 4대를 괌에 전진 배치했고, 한반도 서해 상공에 E-3B를 띄웠다. /공군·연합뉴스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포격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미국이 장거리·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 4대를 괌에 전진 배치하고 한반도 상공에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3B(센트리)를 전개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공군 전력들이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에 대한 경고장이자, 핵무장 논의가 쏟아지고 있는 한국에 ‘핵우산 보장’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항공기 추적 서비스 에어크래프트스폿을 보면 18~19일 미 공군의 B-1B 랜서 4대가 2대씩 괌의 앤더슨 기지에 도착했다. B-2, B-52와 함께 미군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는 B-1B 랜서는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출동해 북한 지휘부와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최대 속도가 마하 1.2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 이내로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다. 핵 공격이 가능한 폭탄·미사일을 최대 61톤까지 장착할 수 있는데 북한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B-1B 랜서가 괌에 배치된 것은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달 초 동해상에 미국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전개된 이후에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격상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 공산당 당대회 기간인 18~19일에도 수백 발 포사격을 하며 군사 합의를 위반한 것에 대해 미국도 위험 수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조야(朝野)에서는 북한이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B-1B 랜서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전투 준비 태세 훈련에 참여할지도 주목된다. 여기에는 5년 만에 한반도에 전개되는 최신예 스텔스기 F-35B를 포함, 미군의 군용기 100여 대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긴장이 치솟던 2017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B-1B 랜서는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직후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동해상 국제 공역을 비행한 적이 있다. 이번 훈련에 참여하면 5년 만에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이다.

미군의 핵심 정찰 자산인 E-3B 공중조기경보기도 이날 한반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이 서해에서 포사격을 하자 곧바로 전개돼 서해 공역을 들여다본 것이다. E-3B는 고도 8~12㎞ 상공을 비행하며 약 400~600㎞ 밖 공역을 비행하는 항공기 등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지상과 해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도 포착이 가능한데, 미 공군이 E-3B의 항적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음을 북한에 알린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북한의 연쇄 도발과 맞물려 미국이 전략·정찰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집중 전개하는 것을 놓고 확장 억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내에선 미국 ‘핵우산’을 의심하며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각)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에 대해 “이미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며 “그것이 국방 관계 및 안보 협력에 대한 한국 국민과의 ‘약속의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한 미군의 주둔 자체가 가장 믿을 만한 대북 억지력이라는 것이다. 라이더 대변인은 “주한미군 주둔은 매우 오래됐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일 등 역내 다른 동맹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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