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의 의도는 한국정부 요인들의 발언까지 직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재작년에는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작년에는 홍순영 통일부장관이 북한당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측의 집요한 공격을 받은 끝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치 북한당국이 우리 각료들에 대한 불신임권을 행사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북한당국이 내심 금강산댐 문제나 미·북대화 재개 움직임을 감안해 남북회담을 미루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는 우리로서 알 바 아니다. 그런 경우라면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어 정중하게 우리측에 회담 연기를 요청해야지 오히려 뒤집어씌우기로 상대방을 우롱해서는 안된다.
북한정권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무례하게 마구잡이로 나오는 데는 현정부의 책임도 크다. 현정부의 초지일관한 대북 저자세가 북측의 끊임없는 약속 뒤집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인식과 방식은 남북관계와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약속위반에는 상응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에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때로는 강공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오게 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는 최 장관 발언 보도내용에, 북한은 오만하게 발끈하고 정부는 구차스럽게 해명하기 앞서, 남북한 모두 거기서 오히려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