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해군 조선일보DB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해군 조선일보DB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도 핵추진 전략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SL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우리 군도 장기적으로는 첨단 잠수함을 확보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판규 전 해군참모차장(예비역 중장)은 19일 서울 해군호텔에서 개최된 ‘해군력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 해군도 탄도미사일과 미래형 추진체계를 탑재한 전략잠수함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략잠수함을 확보해 동·남해, 동중국해 등을 작전구역으로 하고, 수장 장기작전과 전략표적 타격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SLBM 탑재 위협 등을 고려해 3~6척의 전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보고-Ⅲ Batch Ⅲ 확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선 SSN, 후 SSBN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 27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해군참모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해군 조선일보DB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 27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해군참모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해군 조선일보DB

이날 세미나는 한국국방안보포럼과 대한민국 잠수함연맹이 대한민국 잠수함연맹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개최했다. 이종호 해군총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해군은 AI(인공지능) 무인체계 중심으로 전담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국방혁신 4.0′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해군력 혁신을 가속화하고, 첨단과학 기술을 해군 전 영역에 접목해 질적 우위를 달성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해상기반의 기동형 3축 체계 건설과 AI 기반의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 발전을 전향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AI 무인체계 중심으로 전담조직을 개편하고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작전개념에 기반한 전력 증강 계획도 내실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첨단과학기술을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군사기술 패권경쟁도 심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냉혹한 안보현실 속에서 우리 해군은 변화와 혁신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절박함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17일 중국 상하이 인근 장난(江南) 조선소에서 '푸젠(福建)함'으로 명명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진수식이 열리는 현장. 디젤 추진 방식인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사출형 항공모함으로 배수량은 8만여t(톤)이다. /CCTV 영상 캡처 연합뉴스
 
지난 6월 17일 중국 상하이 인근 장난(江南) 조선소에서 '푸젠(福建)함'으로 명명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진수식이 열리는 현장. 디젤 추진 방식인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사출형 항공모함으로 배수량은 8만여t(톤)이다. /CCTV 영상 캡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한반도의 해양 안보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덕기 해사 교수는 새로운 해양안보 도전 요인으로 서해와 이어도가 포함된 동중국해의 중국 내해화 활동 지속을 꼽았다. 김 교수는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탐사, 지도상 표기, 해상·항공 순찰 확대를 통해 국제법적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축적한 제반 근거와 해양력을 바탕으로 EEZ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지속 확대하고 해양경계획정 협상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서해 동경 124선 내측에 군함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내해화를 지속한다고 지적했다. 해군 수상함의 새로운 도전 요인으로 북한의 해양 A2/AD 위협(대함미사일 위협)을 제시했다. 북한이 함정과 지상에서 발사하는 금성-3(KN-19) 대함미사일은 중국이 수상함 공격을 위해 개발한 해안방어용 Yu(魚)-2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일본이 대잠전(ASW) 능력 강화를 위해 신형 호위함을 건조하고, 중국이 차세대 강습상륙함(LHA·076형)을 설계 중인 것도 주목된다고 짚었다. 미국 와스프급 강습상륙함과 유사한 076형함은 무인전투기와 Z-20 헬기를 탑재할 예정이며, 유사시 항모처럼 운용하고자 전자식 사출기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수상함에 북한과 주변국 탄도미사일 요격수단 확보와 대잠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형 항공모함 확보와 유·무인 수상복합체계 전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재 세종대 교수는 항공전력 발전방향과 관련해선 “부대구조는 작전 임무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항공사령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동/해역함대 작전임무 수행 보장을 위한 함대항공부대 개편, 그리고 항공인력 양성을 위한 항공학교를 창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정 대잠·대함 능력 향상을 위한 해상작전헬기 추가 확보와 항모전투단 조기경보능력 확보를 위한 조기경보헬기 도입, 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위한 정찰용 무인항공기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안병태·남해일·최윤희·황기철·엄현성·심승섭·부석종 전 해군총장과 송근호 전 쿠웨이트 대사, 황정오 국방부 운영개혁추진관, 박창식 국방홍보원장, 전용규 방사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장, 강병주 전 국방부 자원관리실장, 유존하 국방과학연구소 해양기술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