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이 18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엔 웹TV 캡처
 
김성훈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이 18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엔 웹TV 캡처

“북한이 전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여러 종류의 탄도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건 개탄스러운(deplorable) 일입니다” “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침략하고, 협정을 속이고 깨며, 적대적 의도를 행동과 말로 내보이는 나라가 있다면 집단적 대응이 불가피합니다.”

1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김성훈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이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부터 연쇄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측 외교관을 향해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으며 설전(舌戰)을 벌인 것이다.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군비통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 다음달 초 까지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등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작성해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김 참사관은 “핵 협박과 미사일 도발에 더해 북한은 이제 7번째가 될 또 다른 핵실험을 할 준비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야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이에 따른 균열은 느리지만 분명히 확대돼 다른 나라들을 핵 구덩이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 관련 “한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참사관 뿐만 아니라 브루스 터너 미 군축대사, 오가사와라 일본 군축대사도 이날 북측의 핵·미사일 도발을 문제 삼으며 중국, 러시아 등 유엔 회원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자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최근 진행된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의 분명한 표현이자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최근 도발은 한미 연합훈련에서 비롯됐고, 한미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김 참사관은 이에 대해 재반박에 나섰다. 북한이 도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자국 자위권을 주장하며 유엔 헌장을 근거로 들자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결의를 지켜야 한다’는 유엔헌장 25조를 강조하고 싶다”며 북의 이중 잣대를 지적했다. 김 참사관은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1990년대부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듭된 북한의 약속 불이행과 갑작스러운 도발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며 “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침략하고, 협정을 속이고 깨며, 적대적인 의도를 행동과 말로 내보이는 나라가 있다면 집단적 방식의 방어적이고 신중한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우리 주장에 북한 김인철 서기관은 2차 반박권을 요청해 “터무니없는 한국의 논리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미국의 적대 정책과 핵 위협, 협박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했다. 남북 외교관이 국제 사회에서 공개 설전을 주고 받는 일이 지난 정부에서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면서 한·미·일이 한 목소리로 북한을 코너에 모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달 4일에도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놓고 김인철 서기관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전례없는 편집증적 호전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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