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대담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쇄 도발에 대해 “김정은이 한·미·일 군사훈련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도발은) 여기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대담을 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쇄 도발에 대해 “김정은이 한·미·일 군사훈련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도발은) 여기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각) 최근 북한의 연쇄 도발에 대해 “한·미·일이 군사훈련을 재개했고 이는 한국과 일본을 더 가깝게 하는 것을 포함해 많은 이점이 있다”며 “김정은은 이걸 달가워하지 않았고 (도발은) 여기에 대한 반응이라고 본다”고 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미일) 동맹 관계가 전 세계 안보·평화 증진의 핵심”이라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 견제책으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의 대담에서 “지난 수개월간 이 지역(동북아)의 동맹이자 파트너인 한국, 일본과 함께하는 일을 상당히 늘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한·미·일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정상, 외교 장관 등 각급에서 20차례 이상 대면 또는 유선 협의를 가지며 전 정부에서 약화된 외교·안보 협력 대부분을 원상 복구했다. 이달 초에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미일 해군이 동해상에서 처음으로 2주 연속 연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기존 훈련을 새롭게 하고 어떤 종류의 북한 침략도 방어하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한일을 군사 훈련에 참여하게 했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최근 몇 년간 없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원인으로 “북한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면 무시당하기 싫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골드버그 대사도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지만 안보 사안과 같은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한·미·일 3자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 미일 동맹이 지난 수십년 동안 전세계 안보·평화·번영 증진의 핵심이었다”며 “어느 때보다 이러한 동맹 관계가 중요하고 동맹의 능력과 범위가 우리의 집단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한일 협력을 위해 중재에 나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양자가 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은 3자 협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중국을 향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제재 회피 노력을 막지 못했고 북핵 위협에 대해 한 일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책임 있는 행위자가 되도록 압박하겠지만 거기에만 기댈 수 없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 러시아,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에 분열의 씨앗을 심을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해 “한국은 (사드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다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겪었다”고도 했다. 또 “지정학과 경제를 분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이 미·중 사이의 모호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편 골드버그 대사는 과거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을 다시 한반도로 들여오자는 주장에 대해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도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얻으면 더 나아진다는 결론에 이르는 세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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