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가 14일 오전 10시쯤 김홍희(54)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희 전 청장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당시 이씨 수색 및 구조 업무 등 초동 대응, 이씨 사망 이후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한 수사 등을 담당한 해경의 총책임자였다.

작년 4월 당시 회의 중인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의 모습. /연합뉴스
 
작년 4월 당시 회의 중인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씨 유족은 사건 당시 해경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단정적 결론을 내린 과정에 지난 정부 관계자들이 공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해경청장이었던 김 전 청장을 지난 6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씨 유족 측은 “김 전 청장이 ‘월북 조작’에 공모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혐의가 있다면 처벌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해경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 김 전 청장이나 청와대 ‘윗선’ 등이 개입·관여했는지 등을 물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사망 이틀 뒤인 2020년 9월 24일 해경은 당시 수사 관련 내용을 처음 공개하면서 “자진 월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불과 닷새 뒤인 2020년 9월 29일 중간 수사 발표 때부터는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단정적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 친형인 이래진(왼쪽)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형사고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 친형인 이래진(왼쪽)씨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형사고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이 전날 공개한 이 사건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지난 정부가 발표했던 이씨의 월북 근거들이 거짓인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살된 이씨가 입고 있었던 구명조끼에는 한자(漢字)가 적혀 있었는데, 국내에 유통되는 구명조끼 중 한자가 적힌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당시 해경도 알고 있었지만, 조끼에 한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발표에서 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시 김홍희 청장은 이를 보고받고 “나는 (보고서를)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해경 수사팀이 ‘자진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대했는데도 (당시 김홍희) 해경청장은 ‘다른 가능성은 말이 안돼. 월북이 맞는다’며 강행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선박에 남겨진 슬리퍼도 이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데도 이씨 소유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해경이 월북 동기라며 이씨가 꽃게 구매 대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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