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양국군의 탐지·요격을 피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속속 개발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에 따라 한국군 북 핵·미사일 대응책의 핵심인 한국형 3축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킬 체인(Kill Chain)은 북 미사일을 쏘는 이동식발사대를 사전 탐지해 30분 내 무력화한다는 일종의 ‘창’이다. 하지만 북한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도록 고체연료를 쓰는 KN-23·24 등 신형 미사일을 속속 개발함에 따라 사전 대응이 어려워졌다. 액체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렸던 종전의 스커드·노동 미사일 등에 비해 기습 발사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저수지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한·미 양국군의 감시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당초 저수지 발사 SLBM을 지상 발사 미사일로 오판하기도 했다.

 

이동 열차에서 발사하는 KN-23 미사일도 터널 등에 숨어있다가 기습 발사하면 사전 탐지가 어렵다. 북한이 12일 발사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도 터널에 숨어있다가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탐지가 안 되면 타격할 수도 없다. 킬 체인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북 이동식 발사대 숫자도 기존 100여 기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를 탐지하는 한국군의 정찰위성들은 빨라야 2025년 이후에야 투입돼 2시간 간격으로 북한 지역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수십 기의 초소형 정찰위성으로 그 공백을 메운다고 하지만 이것도 수년 뒤에나 가능하다.

한국형미사일방어는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미국산 패트리엇 PAC-2·3 미사일, 국산 천궁2 미사일 등으로 요격하는 것이다. 주한 미군 성주기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KAMD를 지원한다. 최대 요격 고도는 천궁2 미사일이 15㎞, 패트리엇 PAC-2·3 미사일이 20~30여㎞다. 종전 북 탄도미사일은 비행 고도가 80~90㎞ 이상이었다. 하지만 KN-23·24 미사일은 최대 비행고도가 30~60㎞에 불과하다. 미사일 비행 고도가 낮으면 높을 때에 비해 레이더에 가까이 왔을 때에야 탐지돼 대응 시간이 짧아진다. 탐지 시간이 짧아지면 요격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최저 요격 고도가 40㎞인 사드로는 30~40㎞ 고도 미사일은 요격할 수도 없다.

특히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은 비행 막판에 위로 튀어오르는 ‘풀업’ 기동을 해 요격이 더 어렵다. 북한이 올초 시험한 ‘원뿔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240㎞를 크게 선회하는 좌우 변칙 기동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북이 신형 미사일들과 600㎜ 초대형 방사포 수십 발을 함께 쏘는 ‘섞어 쏘기’를 하면 현재의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론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한다.

대량 응징 보복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시 ‘괴물미사일’ 현무-5 등 타격 수단과 이른바 ‘참수작전’ 부대 등으로 보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탐지가 어려우면 도발 원점에 대한 타격도 어려워진다. 또 핵심 타격 수단인 탄도미사일 수량도 아직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탄두중량(8~9t)으로 지하 100m 이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정은 벙커’를 한 발로 파괴할 수 있는 현무-5 등 미사일 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한국형 3축 체계가 흔들리면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마땅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핵은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군사 상식에 따라 한국형 핵 공유나 미 전략 자산의 상시 배치 등이 거론되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활용한 핵(核) 수단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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